'경제민주화' 내건 국회에 규제대상 '대기업'식당 개점

2013.04.17 09:54:41

국회 의원회관에 '작은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최근 개업한 식당에는 국내 유명 대기업의 상표가 붙어있다.

해당 기업은 지난해 정부가 업계 독점을 우려, 공공기관 구내식당 위탁운영을 배제한 곳이다.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독점규제와 중소기업 부흥을 외치는 가운데 이 식당 개점이 이뤄진 것은 다소 의외라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 신관에는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홀 규모 450㎡)이 들어섰다.

한 끼 식사 가격은 조식 3000원, 중석식 6000원. 하루에 약 250명이 이용하는 이 식당은 개업한 지 9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점심시간이 되면 여야 의원들과 국회 직원들로 가득 차 줄을 서야 할 정도다.

해당 기업은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구내식당 위탁운영업체에서 배제한 6개 대기업 가운데 하나다. 당시 86개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던 181개 식당 중 74개가 대기업 소유로 전체의 41%를 차지, 독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데 따른 조치였다.

아울러 신세계푸드는 올해 2월 동반성장위원회의 음식점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으로 신규출점에 제한을 받는 요식 업계의 '강자'로도 알려져 있다.

◇심사위원장 "저는 중소기업 추천했다"…'업계 3강' 풀무원도 영업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월 식당 운영업체 선정 시 신세계푸드를 포함한 5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2개 업체는 중소업체였다.

국회는 자체적으로 새누리당·민주통합당 의원 1명과 사무처장 등이 10여 명이 참여하는 선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업체들을 평가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은 개인적 사정으로 업체 결정 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심의위원장을 맡았던 새누리당 의원은 "저는 당연히 신세계가 아니라 다른 중소기업을 추천했다. 당시 신세계는 왜 들어왔느냐는 생각을 했다"며 "업체들의 브리핑을 듣고 위원들이 점수를 매기는데, 맛이나 서비스를 중심으로 평가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중소업체는 아무래도 프레젠테이션이나 제안서 내용이 일반 대기업보다는 부족했다"며 "식당 종사 인원 등도 대기업보다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는 신세계푸드 뿐 아니라 풀무원 푸드서비스 전문기업인 이씨엠디(ECMD)가 운영하는 식당도 들어와 있다. 이씨엠디(ECMD)는 중견기업으로 분류되지만 급식시장에서는 '대기업'으로 통한다.

◇"경제민주화 분위기와 안맞아"

국회에 이 같은 '큰 식당'이 자리한 것과 관련, "경제민주화 기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최근 한국은행은 '중소기업법시행령'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적용, 중소기업 만을 상대로 구내식당 위탁운영 입찰을 추진, 주목을 받았다.

한은은 지난 달부터 이번 달 4일까지 공모를 진행, '고매푸드'라는 중소업체에 구내식당 위탁운영을 맡겼다. 한은은 "금융권 구내식당의 위탁은 대부분 대기업 브랜드 급식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라며 중소업체 위탁운영 배경을 밝혔다.

한편 공공기관에 들어선 '대기업 식당'은 과거에도 문제시 된 바 있다. 2011년 당시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국회 지식경제위에서 "지식경제부 산하 공공기관 50개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코트라 등 전체의 40%인 24개가 아워홈, 삼성에버랜드,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 캐터링(급식) 업체와 구내계약을 했다"면서 "우월한 마케팅 능력과 협상력을 앞세운 대기업 캐이터링 업체가 공공부문 급식시장을 잠식, 중소급식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기회 조차 박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캐이터링 사업은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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