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활동을 벌인 방글라데시인이 자국으로 돌아가면 정치적 박해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난민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방글라데시인 A(38)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부족하고 전체적인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대한민국에서의 활동만으로는 난민 요건 인정에 충분한 반정부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반정부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특별한 감시나 조사 등 박해로 볼 만한 불이익한 처우를 당한 적이 없다고 난민신청 과정에서 진술하다 이를 번복한 점 ▲반정부 활동을 하다 고문을 당해 사망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반정부 단체에 가입해 활동했음에도 아버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다 사망에 이르게 됐는지 모르는 점 ▲어머니와 형이 방글라데시에서 별다른 박해 없이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점 ▲자신에게 체포영장까지 발부됐다고 주장하면서도 방글라데시 정부로부터 정상적으로 여권을 받아 검문 등 어려움 없이 출국한 사실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방글라데시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며 근거로 제출한 방글라데시 법원 판결문도 적법한 증거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2개의 판결문에는 기재된 판사의 이름이 서로 다르고 판결의 근거가 되는 적용법조도 서로 다른 조항이 기재돼 있다"며 "각 판결문은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것으로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아 적법한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은 채 A씨의 진술과 제출한 자료의 내용을 그대로 믿고 난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난민의 개념, 난민신청인의 진술의 신빙성 판단기준 및 외국 공문서의 진정성립 추정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방글라데시 치타공 지역의 토착민인 '줌마인'의 한 소수민족인 차크마족으로 줌마인의 완전자치를 요구하는 연합민중민주전선(UPDF)에 가입해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06년 4월 카그라차리 지구에서 줌마인들과 방글라데시 다수 인종인 벵갈인들 사이에 발생한 무력충돌의 주동자로 지목돼 수배를 피해 도피생활을 하다 2007년 9월 대한민국으로 입국했다. 같은 해 11월 난민 신청을 낸 A씨는 이후 국내에서 재한줌마인연대에 가입해 활동해 왔다
앞서 1심은 "A씨가 자국으로 귀국하는 경우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난민인정불허처분을 취소하라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