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말 1250조를 넘긴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 부채규모가 아니라 소득의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실효성 의문이 따라다니는 것은 '가계부채 규제'와 '부동산 경기 유지'라는 상반된 두 가지 목표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이번 정부 들어 5번째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됐다. 올해 들어 가계 부채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말 우리나라 가계부채 잔액은 1257조3000원으로 올해에만 53조6000억원이 늘었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은행주택담보대출 중 '집단대출'과 '비은행권 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중 집단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12.4%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6월말 49.2%로 급증했다. 비은행 대출은 저금리, 수신 증가로 자금공급 여력이 확충되면서 적극적인 영업 확대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분할상환·고정금리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구조개선 노력을 가속화하고, 택지공급 축소 등 주택공급 프로세스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집단대출과 관련해 보증제도를 개선하고, 서민·취약계층을 위해 중금리대출 등으로 금리부담을 줄이도록 노력키로 했다.
정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부동산과 건설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면서 가계부채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대책에서도 가계부채를 규제하고 부동산 경기를 유지하겠다는 상반된 목표가 맞물리면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소득의 문제"라며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적다고 할 수 없고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우려해야겠지만 과도한 우려는 기우"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8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1.7%)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GDP 대비 고정자산투자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하는 만큼 가계부채 수준은 위협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에서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만큼 금융자산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변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여력이 있는 상위소득계층이 가계부채 증가에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가계소득 증가율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의지로 가계부채는 증가추세로 전환됐지만 가계소득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소득이 정체되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소비성향을 줄인다. 이는 내수소비 부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지금까지 정책은 소득 여건과 부동산 매수 여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부동산 경기에 기대는 공급 중심을 대책을 주로 내놓고 있다"며 "정책의 초점이 공급 부문에서 소득 쪽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