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상실(喪失)로 빚은 일그러진 5월

2006.05.18 00:00:00


"'결실의 달' 5월이 아니라, '상실의 달' 5월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세무사계가 종합소득세 확정신고기간을 맞아 1년 중 가장 바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세무사들이 기장료 및 조정료 덤핑에 나서 동료 세무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세무사는 이런 세태를 의식한 듯 "생각 같아서는 차라리 딴 영업을 하고 싶다"라며 위와 같이 자조했다.

세무관련 수수료 덤핑행위는 생각보다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대다수 세무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 세무사는 "수입금액 14억원 정도인 개인사업자에게 60만원에 세무조정을 해주겠다며 유혹한 사례도 있었다는 글이 인터넷 회원게시판에 올랐다"고 전했다.

심지어 세무사계 일각에서는 주부 텔레마케터들을 고용해 세무사사무소 여직원인양 기장료·조정료 덤핑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풍문도 퍼지고 있다.

다른 세무사는 "며칠전 소득세 조정료를 미리 달라고 수임업체에 청구를 했는데, 다른 업체의 것과 비교하며 기장료·조정료를 깎아 달라고 요구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며 낙담했다.

게다가 최근 몇년새 무료기장 개월 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사업자들도 늘고 있다는 귀띔이다.

한 세무사는 "기장료·조정료를 놓고 사업자와 줄다리기를 하다 보면 적정 수준의 보수를 받기는커녕, 자존심만 상하기 일쑤"라며 허탈해 했다.

그는 "기장료·조정료 덤핑에 나서는 세무사들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지 몰라도, 결국에 가서는 공멸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무사계는 기장료·조정료 등 세무수수료는 자격사의 급증으로 일정비율 인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너도나도 수수료 세일에 나서기보다는 좀더 알찬 세무서비스 제공으로 수수료 인하요구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세무사는 "정부는 값싼 세무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세무사를 양산하고 있고, 세무조정제도를 규제로 여겨 어느 시점이 되면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면서 "작금의 현실이 이러한데, 수수료 덤핑문제로 세무대리 질서가 어지럽혀지고 세무서비스가 부실화되면 정부의 정책이 더 강도높게 추진되기밖에 더 하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세무사들이 떳떳하게 적정 보수를 받으려면 보다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수임업체로부터 신뢰를 얻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오상민 기자 osm11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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