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상거래관행 도외시한 'Self-Billing'

2006.08.10 00:00:00


지난달 27일 한국조세연구원 주최 '세원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책토론회'서 사업자들의 귀가 솔깃할만한 제도 도입이 제안됐다.

이른바 '매입자 발행 세금계산서(Self-Billing)' 제도다.

이 제도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형 공급자로부터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지 못해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된 매입자가, 자신이 직접 매입자 발행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세무서에 신고하면 부가세 매입세액공제를 허용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사업을 하면서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앞으로 없어질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정작 제도의 수혜자인 사업자들로부터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사업자는 "이 제도는 사업을 그만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며 "예를 들어 용산전자상가에서 컴퓨터 부품을 구입한 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지 않았다고 해서 세무서에 신고하면 다음부터는 아예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자제품·의류·건축자재 등 공급자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이 제도를 적용받으려 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사업자는 "도매상들은 주로 한곳에 모여 있는데, 세금계산서를 끊어달라고 했다간 인근 도매상에게 소문이 나 거래선이 완전히 끊겨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세전문가들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유통구조의 현실을 도외시한 '잔재주'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C교수는 "설사 매입자가 세무서에 신고를 하더라도 국세청이 유통과정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라고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B세무사는 "만약 사업자간 거래가 모두 일회성 거래라면 가능한 얘기다"며 "또 외상거래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세무사는 "부가세 거래를 정상화하려면 이같은 제도 도입보다는 세금계산서 교부시기를 대금결제시기로 바꾸는 현실적인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매입자 발행 세금계산서가 가짜세금계산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눈여겨볼 대목인 것 같다. 

아직 제도 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선행조치가 마련돼야 하고, 금융거래 정상화 등 근본적인 치유책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는 게 조세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상민 기자 osm1158@hanmail.net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