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확대 "선진화 첫단추" vs "의미 모호하다" 찬반 팽팽

2024.06.12 11:09:55

자본시장연구원·증권학회 기업지배구조 세미나
"지배주주-일반주주간 이해충돌 근본적 해결" 주장에

"구체적 상황에서 이사 행동기준으로 작동 어렵다" 맞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이사에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할 의무를 명시하는 것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첫단추라는 의견과,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의미가 모호해 구체적 상황에서 작동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맞선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불스홀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 필수적이며, 특히 그동안 취약했던 일반주주에 대한 법적 보호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도 환영사를 통해 “자본시장이 한 단계 레벨업하기 위해서는 일반주주들의 권익 보호가 필수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하고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 일반주주와 지배주주간의 이해상충 문제를 축소시키고, 지배주주의 일반주주에 대한 대리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축사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 및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대하는 방안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면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배임죄가 적용되는 형사적 이슈로 번질 경우 경영환경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는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한 경우 민·형사적으로 면책받을 수 있도록 경영판단 원칙의 제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의 이전 등 핵심이슈는 회사법 문제주주와 회사간 이해 충돌, 규율대상 아냐"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이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하며 “국내 상장기업 거버넌스의 핵심 문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충돌 및 부의 이전 등 회사법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를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규제 및 사익편취 방지 제도를 통해 규율해 왔으나, 기업들의 ‘정당한’ 규제 회피를 통해 한계점이 드러났다”며 “지배주주 일가의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일가에 대한 CB/BW 저가발행, 상장기업과 개인기업간 불공정 합병 비율 등 주주간 이해충돌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사법에 이를 규율할 수 있는 일반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특히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주주와 회사간 이해 충돌은 이번 개정의 규율대상이 아니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부의 이전 우려가 없는 일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인 신규투자, M&A, R&D 등은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현승 고려대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발제에서 “지배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며 “주주의 권한과 정보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 △임원보수와 내부거래의 주주통제 강화 △기업 인수 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등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주주권 강화를 위한 주주총회 관련 제도 개선방안’ 발제에서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 업무를 집행하도록 이사 선임에 대한 주주의 권리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주총 정보 알림, 주총 개최일 분산, 소집통지시 감사(사업)보고서 제출, 주주 제안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제안했다. 

 

일반주주 적극적 의결권 행사 중요이사 책임 과도한 확대 방지 방안 마련 목소리도

이날 토론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변준호 안다자산운용 대표는 “이사회 멤버 선임시 집중투표제 및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을 통해 전체 주주의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 확대 적용하고,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치 제고와 연계하는 등 이사회와 경영진의 대리인 의무 강화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 법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인 취약한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사에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할 의무를 명시하는 것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주주의 권한 강화와 권익 보호를 위한 장치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반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중혁 고려대 교수는 “주주중심 거버넌스로의 전환을 포함해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투자분위기와 문화조성이 병행돼야 제도 개선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반면 기업계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그 의미가 모호하다”며 반발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그 의미가 모호해 구체적인 상황에서 이사의 행위기준으로 작동하기 어려우므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제도의 실질적 정착을 위해 기업과 주주의 인식이 합치되는 것이 중요하며, 지배구조 개선 방안 마련시 중소기업의 현실이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정은정 금융감독원 법무실 국장은 “그간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제도 마련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쪼개기 상장 등 이사 및 지배주주의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열악한 기업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과 더불어 이사의 책임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경영판단원칙의 법제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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