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정책이 정치에 이용되는 것은 조세의 본래목적과 순기능을 근본적으로 해치는 것이기에 이는 반드시 피해야 할 경계대상이라는 것은 주지 된 사실이다. 그런데 그 피해야 할 일이 또다시 반복됐다. 최근 벌어진 부동산거래세 인하를 둘러싼 소동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해 제도화되긴 했지만, 이 일이 결론나기까지의 과정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정치현실의 저급성과 조세정책의 불안정성을 종합적으로 보여줬다.
먼저 한나라당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이 법안이 마련될 당시 한나라당은 여당과 취득·등록세 세율인하를 시행시기까지 못박아 합의했다. 따라서 이 법안은 9월1일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공표됐고, 수많은 주택구입자들은 그것을 믿고 입주시기를 조절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했다.
그런데 8월 임시국회가 거의 끝나갈 즈음인 지난달 25일 한나라당은 이 법안의 국회처리를 해 줄 수 없다고 들고 나왔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별도의 지자체 재정지원책을 정부가 먼저 내놓으라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한나라당은 한때 부동산거래세율을 정부안보다 더 낮춘 1.5%(현행 2%) 안을 제시하기도 한 정당이다. 그런 한나라당이 갑자기 반기를 든 것은 지자체를 의식해서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 기저에는 지자체장 90%이상을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조세정책이 국민 입장보다는 어느 특정 정당의 입맛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일은 결코 사라져야 한다. 특히 자당 지자체장들의 입장을 내세웠다는 개연성이 두드러진 이번 일을 계기로 한나라당은 냉철한 자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공당(公黨)인식만 투철했어도 이번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여·야가 조율해야 할 조세정책이 많이 남아 있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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