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정재은 명예회장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주식 전량을 자식들에게 공개 증여한 것을 계기로 현행 상속세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세금 낼만큼 내고 경영권을 세습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이 일이 특별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부의 세습문화가 아직 성숙돼 있지 않다는 반증인 동시에 기업과 관련 우리사회에 잠재돼 있는 미해결의 큰 고리가 무엇인가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정재은 회장의 결단은 우리 기업들에게 하나의 본보기적인 사례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재은 회장의 이번 결단이 재계에서 전폭적인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은 기업 경영권 세습에 대한 해답이 얼마나 난해한 문제인가를 단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우려한 기업주 입장과, 응능부담의 조세원칙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 문제는 그동안 재계로서는 합법을 가장한 편법을 동원해 세금을 피해온 경우가 많았고, 과세당국은 기업주 입장을 정서적으로 많이 수용해 주는 선에서 '타협'해 왔다. 이 '타협'의 결과는 정부와 기업이 사회로부터 함께 비난을 받는 모양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제는 이 문제가 정서나 관행, 편법으로 두루뭉실 넘어가는 시점은 지났다. 기업경영권 세습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전향화돼 있다. 거기다 정재은 회장이 촉매제를 뿌린 셈이 됐다.
우리는 이 번 일을 기업 경영권 대물림의 합리적인 대안마련의 공론화 기회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세율이 너무 높아 탈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기업 입장과, 응능부담과 형평성을 감안할 때 현행 세율은 결코 높지 않다는 양자의 주장은 10년 넘게 평행선을 긋고 있다.
기업가의 상속문제는 조세법에 앞서 사회정서적인 시각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사회적 공론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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