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공평과세의 어려움

2005.07.21 00:00:00

김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다인)


 

사례 한가지. 갑은 최근 필자의 사무실에 찾아와 국세청에 낸 세금은 부당하므로 환급받을 수 없냐고 호소해 왔다. 내용인즉, 갑이 '87년 부동산을 양도하고 실가로 신고했는데 '92년 S지방국세청의 조사결과 실지양도가액이 신고가액보다 많아 추가로 양도세 2억여원을 부과했다. 그후 갑은 불복과정을 거쳐 세액의 일부를 돌려받았으나, 최종적으로 '95.6월말 대법원에서 1억2천여만원의 세금을 내는 것으로 확정됐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5개월후인 11월말경에 처분청의 부과근거가 된 구 소득세법 제23조제4항 단서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라 한다)에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하여 위헌결정을 받고 말았다. 사업을 영위하던 갑은 처분청의 독촉에 못 이겨 위 대법판결 확정후 이미 세금을 납부한 뒤였다.

거의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조항으로 부과처분을 받았던 다른 납세자들은 대법원재판 계류 중에 동 조항이 위헌이라고 헌재에 헌법소원해 구제를 받았고, 역시 갑처럼 불복하다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지만 처분청의 납부독촉에 아랑곳않고 꿋꿋이 버티다 동 조항이 위헌결정되자 처분청의 체납처분이 잘못됐다고 소를 제기해 역시 구제받았다. 갑은 사실관계는 차이가 없는데 왜 처분청의 조치에 순응한 납세자는 구제받지 못하고 어떻게든 불복한 납세자는 구제를 받아야만 하는가를 이해 못하는 것이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이미 조세와 유사한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의 근거가 된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이 위헌결정된 후 이미 동 부담금을 납부한 택지소유자들이 반발한 내용과 거의 유사한 상황이었다. 필자는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47조제2항의 위헌결정의 장래효 및 일부 예외적 소급효에 대해 설명했지만 갑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즉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2항은 위헌결정은 원칙적으로 장래효만을 인정한다. 그러나 장래효만을 인정할 경우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당사자는 승소해도 이미 부과된 처분에 대해서는 구제받지 못하므로 일정한 경우 즉 당해사건(헌재에 위헌제청한 사건), 병행사건(당해조항이 문제가 되어 법원에 계류중인 사건)등에서 예외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해왔다.  이는 법적안정성의 보호와 정의와 평등의 실현이라는 헌법적이념을 조화시킨 해석으로 판단된다. 

위 사례에서 갑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은 갑이 이미 받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거나 아니면 소급효를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인다. 혹여(?) 처분청이 앞서 언급한 다른 납세자와의 형평상 고충민원을 받아들여 세금을 돌려주든가…. 그러나 위 세가지 방법 모두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양 기관(대법원과 헌재) 위상문제로 법원의 판결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라고 헌법재판소법은 명기해 놓았고, 소급효의 전면 허용 역시 또다른 헌법적 가치(기존 신뢰보호)에 반하므로 일률적으로 허용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처분청에 대한 고충민원 역시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허용될리 만무하다.

공평과세원칙은 조세법률주의와 더불어 조세법을 지배하는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대 복지국가에 있어 경제적 부담에 있어 배분적 평등의 실현은 어느 헌법상 가치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위의 사례에서 혹자는 공평과세의 원칙과는 별개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갑은 동일한 사실관계인데 누구는 세금을 안 내고 누구는 낸다면 이는 당연히 형평에 맞지 않다고 주장할 것이 틀림없다. 끝까지 버티지, 왜 순순히 세금을 냈느냐고 갑을 탓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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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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