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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조세담당 부회장으로서 그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여러차례 회의에 참가해 토론에 참가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조세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방향(안)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데, 특히 영세(零細)·중소(中小) 사업자에 관한 조세제도와 행정 개선사항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의 부담세액의 비중은 미미하지만 인원이 많아서 잘못되면 나쁜 여론이 형성되고 조세제도와 행정의 성패를 좌우하는 듯 하므로 아주 신중하게 대처해야 하는 대상이다.
지금까지 영세·중소규모의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부가가치세와 소득세제의 특례들을 정하고 그 세무행정을 간소화하는 것 이외에도 이번 조세개혁 특별위원회에서는 규모가 작은 중소법인에 대해서 복잡한 법인세법의 여러 규정들을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일정규모(매출액기준)이하의 중소 법인수가 전체의 80%인데, 그 부담세액의 비중은 5% 수준이라니 놀랍기도 하지만, 이들은 여러가지 필요성에 의해 법인(주식회사 등)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나 개인사업자와 크게 다를 바 없으니, 여러가지 특례규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여러가지 조세제도의 예외적인 혜택과 지도 위주의 세무행정에 대해 몇가지 고려해볼 사항들이 있는 것이다.
첫째는 영세·중소사업자(납세자)의 대상인원이 많아서 목소리가 크다든가 대상을 축소하는 것이 능률적인 세무행정을 가능하게 한다든가 하는 이유로 예외적인 규정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국민의 납세의식과 각종 세법의 입법취지를 저해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처음 부가가치세법의 도입('77년) 당시 과세특례자의 기준을 연간 수입금액 1천200만원으로 정한 것은 새로운 세법에 적응하기 위한 유예기간을 부여한다는 입법취지가 있었던 것인데, 몇년후에는 경제규모와 물가수준을 감안해 그 금액을 2배(2천400만원) 또 3배(3천600만원)로 증가해 현재에는 4천800만원을 기준으로 간이과세자라는 예외적인 과세유형을 유지하고 있다.
세금계산서 등 과세근거를 근간으로 자율적인 과세체제가 완전히 자리잡아야 하는데 늘상 50%가 훨씬 넘는 예외적인 존재(과세특례자 또는 간이과세자)로 과세체제의 블랙홀이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소득세제에 있어서도 각종 공제제도를 세법개정시마다 인상하므로써, 소득이 있는 경제인구 중에 언제나 반이상은 한푼도 세금을 내지 않는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어느 정도의 급여소득이 있거나 왠간한 사업자라면 단돈 1천원이라도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국민개세(國民皆稅)라는 이상에도 부합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혹시나 각종 선거때마다의 표를 의식한 선심(善心)으로 세제의 이상이 왜곡된다는 비판도 있어 왔던 것이다.
다음은 세금이라고 하면 일반 국민들을 의례 어렵다고 생각하는 선입관이나 본능적인 기피증이 있으니 법이나 행정이 아무리 간편하게 요구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멋있게 능률적으로 개혁이나 혁신방안을 내놓아도 국민들은 새 정부가 뭔가를 하는 모양인데 그래도 세금은 골치 아프다. 또는 그렇게 해도 뒤탈이 없을까, 지금 잘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다시… 하는 식의 불신·의혹을 가지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조세개혁은 인기영합용이거나, 지금까지의 제도와 아주 동떨어진 돌연변이(?)가 있을 수 없으며, 수십년동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왔던 것들을 보완하고 개선해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친정(국세청)에서 20여년전 영세납세자에게 이런저런 장부를 쓰도록 하는 것이 어려워 한개의 장부에 부가가치세, 소득세(법인세) 관련사항을 모두 기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그 당시의 개혁작업에서 '표준장부'라는 것을 제작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후에도 후배님들이 '표준간이장부'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들었으며, 최근의 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PC의 스프트웨어의 일환으로 전자장부를 제시하고 있다.
또 국세청은 근래 예전의 표준소득율을 크게 개선해 기준경비율을 도입해 영세사업자의 소득금액 산정방법을 발전시켜 놓고 있다.
이 모든 아이디어들은 결국 그 목표가 같은 것이며, 잘해보자(개선, 개혁, 혁신 등)는 것이므로 이번 특별위원회에서도 중지를 모아 너무 과하지 않고 거창하지 않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아담한 작품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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