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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세관청이 A에 대해서까지 부과처분을 하는 대략적인 이유는, B가 외국환은행장으로부터 구매승인서를 발급받을 때 외국환은행장에게 제출한 수출계약서 등의 근거서류가 위조됐고, 수출계약의 상대방이 대개 실존하지 않은 점에 비춰, B가 A로부터 재화를 공급받으면서 제시한 구매승인서가 허위의 것임을 A가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에 대해 A는 B로부터 제시받은 구매승인서 자체는 흠결이 없는 서류이고, B가 구매승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외국환은행장에게 제출하는 근거서류는 A에게 제출되지 않으므로 구매승인서의 근거서류가 허위인지 여부를 A로서는 알 수 없으며, 구매승인서를 제시받고 B에게 공급한 재화는 그 재화가 수출됐는지에 관계없이(B에게 공급하는 시점에서 그 재화가 훗날 수출될지 여부를 알 수 없음) 영세율이 적용되므로 A에 대해서 행한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법원은 구매승인서의 발급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외국환은행장이 발급한 구매승인서가 당연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면서, 발급절차상의 하자가 있었더라도 A가 그와 같은 하자를 알고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가 한 재화의 공급이 영세율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고,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조세부과처분의 적법성과 과세요건사실의 존재에 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과세관청은 구매승인서에 의한 재화의 유통구조를 잘 아는 A가 B와 공모해 의심쩍은 거래를 통해 이득을 얻었다는 심증은 강하게 있으나 공모를 입증할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애를 먹고 있는데, A와 B사이 거래에 대한 매매계약서, 대금, 운송 등에 관한 각각의 자료에서 A, B의 공모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제시한다.
여기서 생각해볼 만한 문제는, 거래에 관한 대부분의 자료는 거래당사자들의 지배영역내에 있어, 과세관청이 그 입증자료를 수집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과세관청에 그 입증의 정도를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 조세법률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론이 도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조세법률관계에 있어서의 입증책임은 이러한 증거와의 거리를 고려해 구체적 이익상황에 따라 수정을 가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입증의 정도의 문제, 즉 과세관청에서 공모에 관한 어느 정도의 입증을 하면 그 부과처분이 정당하다고 보고, 이와 상반되는 주장과 입증책임을 거래당사자에게 돌리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세관청으로서는, 발급절차상 하자있는 구매승인서에 의한 거래를 한 사업자(A) 모두에 대해 부과처분을 할 것이 아니라, 그 사업자들 중 옥석(玉石)을 가려, 발급절차상의 하자를 알고 서로 공모한 사업자만 선별해 부과처분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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