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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강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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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공화국 실세 황태자였던 한 정치인이 회고록을 출간했는데 탈세 및 정치자금과 관련한 내용이 흥미를 끈다.
그리고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원의 도청 X파일과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과 관련지어 볼때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회고록을 보자.
전두환 前 대통령은 지난 '86년10월30일에 "김영삼과 김종필은 갑근세도 안 내고 있는데 탈세혐의로 입건 가능한지 검토하라. 김영삼·김대중의 연행은 보안사에서 하고, 수사는 안기부에서 하라. 외국으로 도망가는 것을 우선 막아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5공 청산문제와 관련해 '88년 11월 전두환 前 대통령을 만났을때 전 前 대통령은 "대선때 25명으로부터 정치자금 1천10억원을 걷었으나 실제 자금은 두배이상 들었다"고 했다.
국정원의 도청 X파일에 나타난 것으로 언론에 알려진 某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와 일간지 사주의 대화내용을 보자.
'유력후보는 30억원 했고, 다른 후보는 10억원 해', '두명이 15억원을 운반할 때는 문제 없었지만 30억원은 무겁더라', '회장이 도와드리라고 했다고 전하자 대선후보가 처음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추석에 떡값을 건넬 유력 리스트(정치인과 전·현직 검찰 고위관계자들도 포함)도 검토했다'고 한다.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을 보자.
해당 그룹 임직원들은 "사원을 무시한 채 대주주끼리 싸움만 하나"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이 '형제 다툼'으로 기업만 골병이 들고 있다.
그 예로 해당 기업 주가는 9.8% 하락했고, 신용평가회사들은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움직임이다.
그리고 '분식회계를 기초로 한 배당은 부당', '기업합병시 분식회계 덕에 오너 일가 부당이익', '오너가 빌린 대출금 이자의 회사 대납은 횡령에 해당' 등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필자가 서두에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투명성에 관한 것이다.
큰 일을 하고자 하는 지도자는 자기 주변이 깨끗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과 투명하지 않은 기업은 존립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는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재무실적, 직원들의 불만, 회사 내부문서, 환경오염 사례, 제품의 결함, 국제적 항의시위, 각종 비리사건 등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기업의 정보를 알 수 있는 투명한 시대인 것이다.
정보공개를 좋아하는 기업이나 정부는 별로 없다. 그러나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정직과 투명성이 신뢰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고, 이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는 기업들은 결국 모든 것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탐욕으로 가득차 있는 세상에서 정직과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부패한 기업들은 몰락하고 있다. 이제는 정도경영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법적인 처벌이 두렵거나 윤리적으로 옳은 일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것이 실제 경영실적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정직한 경영을 하는 기업들은 시장의 경쟁에서도 이기고 실적도 높게 나타난다.
정치적으로 큰 뜻을 품고 계십니까? 기업이 번성하시길 바랍니까? 모든 것을 다 공개하십시오. 그리고 고객과 이해관계자들의 심판을 기다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