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칼럼]형평과세 포기하는 세제개편 안된다

2005.09.12 00:00:00

구재이 세무사(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부소장)


 

정부는 올 정기국회에서 세제개편을 통해 봉급생활자가 받는 신용카드 사용 소득공제를 비롯한 봉급생활자에 대한 각종 소득 및 세액공제를 줄이고 기부금의 공제범위와 한도를 축소하면서 소주·LNG에 대한 세율인상과 함께 자영업자에 대한 간편납세제도를 도입하고 창업자금사전상속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최근 입법절차에 들어갔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보면, 최근 경기침체와 과표양성화의 지연으로 매우 심각한 상태에 이른 세수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증세정책을 확대하면서 근로자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하와 기부금 인정한도 축소와 함께 소주·LNG에 대한 세율인상 등 조세저항이 적고 세입징수에 손쉬운 부문에 집중했으나, 과표양성화가 절실한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오히려 특례과세제도를 도입하고 자본가에게는 창업자금 사전상속명목으로 저율과세제도를 시행하는 등 상대적으로 담세력이 높고 과표양성화가 미흡한 자영업자와 자본가에게는 증세는커녕 특혜를 인정해 감세를 하려는 이례적 시도에 주목한다.

만약 이러한 세제개편안이 시행된다면 우리 사회 각 부문에 걸친 소득불균형문제와 맞물려 과세불균형문제까지 노정되면서 형평과세와 사회정의가 크게 후퇴할 것으로 심히 우려되기 때문이다. 

2001년 도입이래 조세당국이 수십년간 달성하지 못한 과표양성화를 크게 앞당겼고 아직도 대부분의 봉급생활자들이 소득공제정책을 믿고 참여하고 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나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확대되고 있는 공익적 기부금의 공제범위 축소와, 조세저항이 적고 안정적인 세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서민과 가계가 주로 부담하는 소주와 LNG 세율의 대폭적 인상 등 담세율이 높은 봉급생활자와 서민에 편중된 증세정책은 매년 세수부족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세입기반 확대라는 당초 정부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더구나 이에 반해, 정부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해소해 준다는 이유로 20∼30억 매출 수준의 자영업자에게까지 전자장부 방식이기는 하나 세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도입한다는 소득계산특례방식인 간편납세제도는 100% 소득이 노출되는 봉급생활자와 가계에 대한 초강경의 증세정책과 비교할 때 과표양성화율이 50%도 채 되지 않는 자영업자에게 또다시 '합법적인 탈세'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기준경비율제도와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하기는커녕 오히려 회계기준에 의한 '정상소득'보다 훨씬 낮은 '과세소득'을 합법적으로 인정한다면 영구히 소득자간 과세형평성은 무너질 것이고 투명한 소득파악을 기초로 하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시스템도 붕괴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또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30억이하의 창업자금을 증여하는 경우 낮은 세율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사전상속제도는 그 취지는 공감하나 세대간 富의 이전을 앞두고 있는 자본가가 이를 악용함으로써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근로소득세와 간접세에는 강력한 징세권을 행사하려는 정부가 자영업자와 자본가에게는 엄청난 규모가 될 특례과세방식을 새로 도입하려는 것은 지루했던 자영업자와 자본가에 굴복해 형평과세정책을 포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은 과거 세법 개정을 통해 과세형평성의 제고와 조세감면의 합리적 축소를 기본기조로 했던 입장과도 매우 다른 것이다.

그물망같은 과세인프라의 구축, 특정부분 지원 및 장기연장 조세감면 축소, 면세대상의 과세전환 스케줄 제시 및 간이과세제도의 폐지,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과세강화 등 과세형평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세제개혁 정책이 투영되지 못하고 실종됐다.

특히 과표양성화를 저해하고 부의 무상이전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간편납세제도 및 창업자금사전상속제도 등 특례과세제도와 신용카드 소득공제 및 기부금 손비인정 축소 등을 통한 근로소득세와 소주·LNG등 간접세 편중의 징수 확대안은 아직도 요원한 형평과세차원에서 즉각 재고돼야 한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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