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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율 인상발표후 매월 갖는 집안 모임을 멀리 전북 선유도에서 갖기로 하고 지난주 토요일 새벽 5시에 사당동 사거리에서 모여 버스를 타고 가기 위해 기다리는 중에 보도에 벌떡 누워 세상모르고 잠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밤새껏 술먹은 듯 한 청년이 멀리부터 택시를 타고 와 택시비를 내지 않고 30여분 승강이하다 줄행랑을 놓는 젊은이를 봤다. 술 취해 노숙하는 사람은 넥타이는 매고 있는데 상의는 물론 없고 소지품도 제대로 간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측은했고, 새벽부터 택시비를 받지 못하고 또 30여분간 실랑이를 하며 운행시간을 놓친 택시기사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모두다 과음의 탓으로 생각된다. 그날 술로 인한 잘못된 모습을 본 계기로 우리나라가 술로 인해 받는 세금은 얼마이며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얼마인가를 알아보게 됐다. 지난해 주세 총 징수액은 약 2조8천억원, 이에 대한 교육세 약8천400억원, 부가가치세 약 3천600억원 도합 약 4조원의 세금이 술로 인해 징수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 2003년 발표된 연구논문(음주의 경제·사회적 비용추계:전현준)에 의하면 음주로 인한 경제·사회적 비용 총액은 무려 15조5천억원으로 GDP 대비 2.78%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다시 한번 음주의 폐해를 실감하게 됐다. 이를 세목별로 보면 질병 및 과도한 음주로 인한 생산성 감소의 손실이 5조9천722억원으로 전체 비용의 41.22%로 가장 큰 손실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질병과 사고로 인한 조기사망의 손실이 4조2천868억원(29.59%), 주류소비 지출이 3조37억원(20.73%), 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비가 9천267억원(6.40%), 교통사고 및 화재사고로 인한 재산피해액이 2천736억원(1.89%), 자동차 보험 및 경찰행정비용이 244억원(0.17%)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음주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인의 고통의 완화 및 불안의 감소, 공동체에 있어서는 원활한 사회적 관계 및 축제, 종교의식을 위해 이용되어져 왔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알코올로 인한 보건·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술은 오랜 역사를 인류와 함께 해오면서 우리 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어져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반적으로 음주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다른 어느 민족보다도 술을 좋아하고, 또한 고도의 음주문화를 발전시킨 민족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연구 보고되고 있다. 적당한 음주는 심근경색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영양에 도움을 주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코올의 지나친 섭취는 앞에서 언급한 사회경제적 손실 이외에도 일반적으로 간경변, 간암 등의 발생위험 요인일 뿐만 아니라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신생아 결함, 교통사고, 자살 및 타살의 주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위장 및 췌장 질환, 신경계 질환, 감정장애 등과 같은 정신장애, 그리고 자연유산, 신생아 사망, 성범죄와 높은 관련을 갖고 있다고 연구보고되고, 이외에도 음주는 교통사고, 작업장 사고, 가정 및 여가활동사고와 관련이 높으며 가족해체,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의 문제를 초래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연구보고되고 있다. 오랜 역사동안 우리 인간의 최대 기호품인 주류를 적당히 취함으로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어마어마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여 나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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