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칼럼]동반자 관계

2005.10.03 00:00:00

정영화 경제학 박사·세무사


 

유행가 중에도 '동반자'라는 것이 있다. 同伴者는 배우자 사이에서, 그리고 동업자 사이에서 자주 쓰인다. 같이 가는 대등하고 친밀한 사이 정도로 정의해 두자.

과거에는 국세청과 세무사와의 관계를 상호협력관계로 봐 오다가 최근 10여년간은 공식으로 동반자 관계로 불러 왔었다. 물론 이번 일은 국세청에서 발단된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세행정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고 누구보다도 국세청의 의견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돼 있다.

정부는 그동안 근거과세와 공평과세를 위해 기장 확대를 유도해 왔고 간편장부제도까지 마련해 납세자의 편의를 돌봐왔다. 금년 연초에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회계장부의 투명성에 관한 말씀이 있었고 이후 간편납세제도가 거론돼 재정경제부는 이에 대해 용역까지 주면서 연구해 왔고, 그 결과는 일정금액이하 성실한 중소기업자가 전자장부를 하면 세무조정을 간소화하고 세무조사를 면제해준다는 것이다. 소득공제와 세액감면도 단순화시켜 납세편의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중소기업자가 들으면 '진작 이런 제도가 시행되지 않았는가?'라고 할 정도일 것이다. 14세기 이탈리아의 '루카스 파치올리'는 복식부기에 의한 장부를 창안했고 21세기인 지금까지도 복식부기에 의한 장부는 세계 각 국이 모두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회계의 투명성도 1차적으로는 대차평균의 원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근거과세를 위해, 그리고 사실 내용대로 과세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법상의 간이과세자를 축소하고, 신용카드영수증복권제도, 현금영수증복권제도 등을 시행해 왔는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일정한 금액이하를 간편납세대상으로 하면 원칙보다 예외가 더 많은 이 지구상에 어느 나라도 없는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기업회계와 세무회계는 다르기 때문에 세무조정을 하는 것인데 이것도 무시하고 한다면 기업은 세무신고 외에 은행·주주·거래처 등에 제출할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해야 할 것이므로 이중적인 부담만 지우게 될 것이다.

전자장부의 프로그램은 정부가 개발해서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것을 보급할 기구와 그때 그때의 변화에 따른 업그레이드는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일본세리사연합회에서는 회계프로그램을 개발해 회원에게 공급할 것인지를 캐나다의 전문가를 모셔다가 상당한 세월전에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 '전산환경이 너무 자주 바뀌므로 프로그램 전문회사에 맡겨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예를 보면 사업자는 여러가지 이유로 직접 전자장부든 수동장부든 하기가 쉽지 않고(부가가치세·소득세·법인세의 전자신고도 세무사가 대리해 이만큼 수준에 와 있음) 결국 남의 손에 의존하게 되는데 남의 손을 빌리는 만큼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집단상가의 새벽시장을 가 보면 세금계산서 제대로 끊는 사람 없고 현금수입업종에서 현금수입을 제대로 신고하는 사람없는 납세풍토에서 그리고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성실한 중소기업자는 어떤 기준으로 가려내겠다는 것인지? 조사면제도 좋지만 성실한 사업자만 면제되는 장치가 필요하다.

결국 이 제도를 시행하면 현실적으로 전자장부는 누군가가 대리해야 할 것이고 세무조정이 간단하고 자기조정이므로 컴퓨터 두드리는 사람이 사업자 본인인지 세무사인지 자격이 없는 대리인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자격이 없는 대리인은 세무대리수입을 신고할 리 없고 공제(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으므로 사고가 났을 경우 정부와 납세의무자만 손해보게 돼 또다른 함정이 될 수 있다.

간편납세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세무사들이 '62년이후로 43년간이나 지켜온 '세무대리'를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할 때 당신은 당신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하지 않겠는가? 정부·납세의무자·세무사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세계 무역 10위권의 국가로서는 국제기준도 지켜야 하므로 신중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현행 제도와 전자장부의 간편납세가 병행 실시되면 납세의무자는 자기의 유리한 쪽만 선택하게 되고 지금까지 복식부기에 의한 장부를 성실히 해온 사람은 어떤 혜택을 줄 것인가?

세법은 실질과세와 과세의 형평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이것이 무너지는 것이다. 따라서 동반자 관계도 살리고 근거과세와 공평과세도 이룩할 수 있는 방법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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