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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각종 행사에서의 축사는 자주 하는 일이었으나 근래에는 늘그막에 낯이나 내려고 앞장서는 듯싶고 후배들에게 아쉬운 소리하기도 싫어, 각종 자리에서 물러나 마음 편히 지내던 중 정말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내가 그 학교의 후원회장이 되고 축사를 하게 된 것은 진명중고의 전신인 '광주희망학교' 시절부터 작은 도움을 줬던 이 심 선생이 교장으로 취임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심 교장선생은 '45년 해방이후 6·25전쟁을 치르며 사람들이 정말 살기 힘들 때부터 집안 및 개인사정으로 정상적인 학교교육에서 소외돼, 가장 큰 서러움인 '못 배운 한'을 가슴에 묻고 어렵게 살아온 나이 많은 여성들에게 배움의 터전과 삶의 의욕을 제공하고 인생의 성공을 안겨준 이 세상 천사 중의 한분이다.
그분은 자신이 배우지 못한 설움을 안고 60년대 야학으로 시작한 '광주희망학교'를 다니면서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이수하고 당당히 대학교를 졸업한 후, 희망학교의 교사 및 운영자로 봉사를 하다가 자비로 평생교육법에 따라 졸업학력을 인정받은 '광주진명여중고교'를 설립하고, 이번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교사자격증을 취득해 본교 제3대 교장으로 취임한, 매사에 사심이 없고 열정적이며 입지전적인 분이다.
지금도 진명중고교에 가면 250명 학생 중 나이가 많은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이 심 선생의 가르침 탓인지 모두들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나고,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향학열기가 가득해 옆에서 보는 이나 가르치는 분들까지도 절로 신바람이 난다.
한 나라의 장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고 하는데 말못할 어려움 속에 정상교육을 받지 못해 배움에 굶주린 많은 이들을 위해, 이 심 선생같은 천사들이 이 땅에 많이 배출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