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납세자의 폭동을 우려한다

2005.10.17 00:00:00

허순강 세무사


 

소주세 인상문제를 놓고 여당과 정부가 티격태격하고 있다. 정부는 '술은 건강에 안 좋아 세금을 높여 국민건강을 도모한다'고 주장하나 속 들여다보이는 소리다.

그리고 정부는 세수부족을 메우려 여러가지 방안을 추진 중이고 강도높은 세무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사건의 이면에는 세금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랑스대혁명은 포도주세 도입으로, 미국의 독립전쟁은 茶稅 부과로, 200년전 미국에서는 위스키세 부과로 폭동이, 노예해방전쟁으로 알려진 남북전쟁은 북부지역 공산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발단이었다.

필자는 부가가치세 도입시 실무현장을 경험했고, 논문과 저서에서 부가가치세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79년 부마사태때 상인들이 부가가치세로 인한 세수 증가에 불만이 쌓여 데모학생들에게 가담했고, 또한 광주사태에서도 부가가치세 불만이 폭발했었다.

'77년 부가가치세 도입 전후에 대대적인 영수증 발급 여부에 대한 단속이 있었고, 이때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 30만원의 벌과금을 통보받은 음식점 주인이 필자 앞에서 소뼈를 자르는 커다란 칼로 나무 도마를 내리찍으며 "이 새끼들 전부 죽여버리겠다"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던 기억이 지금도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 기억은 정말로 충격이었고, 우격다짐의 입법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한 분노가 요즘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얼마전 화물노조원이 세금 체납에 따른 압류로 분신자살했고, 안산의 아파트 입주민들이 재산세 과다 인상에 납세거부운동에 돌입했다.

그리고 세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끝간 데 없다. 올해 체납액은 20조원에 이를 것이란다.

참여정부 출범후 불과 2년 사이에 10조원 가량 세입에 펑크가 났다. 내년에는 7조원 적자가 예상된단다.

필자는 부패방지위원회 세무분야 자문위원으로서 우리 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최근 대검찰청에서 검사 및 수사관들을 상대로 한 강의에서 우리의 조세현실에 대해 '탈세의 만연'과 '납세자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에 대해 기탄없이 말했다.

우리는 이제 조세문제에 대해 발가벗고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첫번째 문제는 정부에서 세출예산의 방만한 운영이다.

'국가예산은 먼저 가져다 쓰는 게 임자'라는 잘못된 의식에 대해 예산전문가는 "예산 절감분을 공무원들에게 나눠주겠다고 하면 예산의 40%쯤은 쓰지 않고도 지금처럼 나라 살림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최근 5년간 건교부 산하기관이 시행한 100억원이상의 공사 1천322건 가운데 1천185건이 설계 변경 등으로 평균 2년씩 지연됐고, 경부고속철도는 '90년 최초 사업비 추정액이 5조8천억원에서 2010년 완공 때는 24조원이라고 한다. 민간회사가 이렇게 운영했다면 어떠하겠는가?

한 스님의 단식으로 공사가 중단된 경부고속철사업은 개통 지연으로 손실이 2조5천억원이고, 사패산 터널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실은 5천100억원이다.

이는 세금으로 메워야 하고, 정부의 갈등조정 기능 난조(亂調)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

또한 4대 강유역 수질 개선에 11조원을 투입했지만, 수질은 오히려 악화됐고, 교통량을 잘못 예측해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등 3개 민자(民資) 도로에 매년 1천억원이상의 '최소운영수입 보장금'이 지원됐다.

그리고 복지예산은 먹자판으로, 지난해 고용 안정화 사업에 배정된 예산 가운데 113억원은 서울 강남에 있는 연 면적 약1천750평 규모의 건물을 매입했는데 직원 1인당 22.4평을 쓰고 있다.

전체 예산 5천여억원 중 상당부분이 고용 안정에 별다른 기여를 못하고 복지시스템 운용과 그 주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공무원 수가 4.7% 늘었고 인건비는 작년에 비해 1조1천억원이 증가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는 공무원이 근무기록을 조작해 야근수당을 횡령하는 일이 벌어졌고, 세금 집행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도 세금을 펑펑 쓰는 외국여행에 열을 올린다.

시민단체도 툭하면 세금에 손을 내민다. 2003년에 500여개 시민단체에 400여억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됐다.

정부돈을 받고도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호화청사 짓기에 경쟁적이고, 용인시의 1천800억원짜리 청사는 '용인궁(宮)'이라고 불린다.

세금과 4대 의무보험의 보험료가 급격히 인상되는 데도 정부는 우리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이야기만 한다.

예산의 편성과정을 보면 행정부처, 공기업, 국회의원, 지자체간에 나눠먹기 경쟁이 벌어진다. 예산을 받아놓고 쓸 데가 없어 하루 자동차 열 대가 지나갈까 말까 한 산길까지 포장을 한다.

둘째, 세입에 대해 보자.

정부에선 캐나다의 부가가치세가 16%인 점을 유심히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서두에서 말한 것과 같이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은 걷잡을 수 없는 격랑으로 가는 길임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납세의무가 국민 4대 의무인 만큼 국민 개세주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현재 세금을 안 내는 국민비율은 50%에 가깝고, 세금을 내는 사람들 중에도 대재벌이나 대기업에 대해 국민들은 탈세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인 필자도 이 부분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안다.

필자가 예상하건대 차기 대통령 선거는 세금문제가 최대 이슈일 것이다. 선거이전에라도 납세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할 수 있음을 알고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이 벌어지고 난 뒤의 수습은 엄청난 고통이 뒤따를 것이고 역사의 후퇴만이 있을 뿐이다.

세입의 투명성과 세출의 쓰임새가 적정해야만 국민들이 믿고 따름을 알아야 한다.

※본면의 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정신문 기자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