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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묻고자 했는데 그 친구가 대뜸 "주변 세무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들었는데, 간편납세제도가 도입되면 세무사 밥벌이에 큰 지장을 준다는데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마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말하는데 한마디로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재정경제부가 납세협력비용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간편납세제도는 지난 4월 세무사회장 선거에서 최대 이슈로 부각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원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동료 회원으로부터 이같은 전화를 받고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친구뿐만 아니라 간편납세제도가 도입됨으로써 겪게 될 근거·실질과세 기반의 붕괴와 이에 따른 세무대리시장의 혼란, 세무사사무소의 경영악화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입법화 저지에 적극적인 회원들이 보기보다 많지 않은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임향순 회장을 비롯한 세무사회 집행부의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활동과 여론홍보 강화 등 다각적인 노력이 주효해 정부의 간편납세제도 시행방침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사업자의 소득파악과 중소법인의 회계투명성 제고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할 시점에서 간편납세제도의 도입은 실질·근거과세 기반을 흔드는 조세정책의 후퇴'라는 세무사회의 강력한 반대주장은 학계 및 시민단체들의 광범위한 제도도입 반대여론을 형성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간편납세제도의 법제화를 반대키로 했으며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함께 열린우리당의 일부 재경위원들도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등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세청과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간편납세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언론도 제도 도입의 부당성을 부각시켜 도입반대 여론이 형성된 만큼, 이제 남은 과제는 재경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의 간편납세 관련 부분을 삭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간편납세제도의 도입이 세무사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대다수 회원들이 세무사회에만 모든 것을 맡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세전문가를 자처하면서, 조세개혁방향에 역행하는 제도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를 방관하는 것은 전문가임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더욱이 세무사의 장래가 걸린 문제를 세무사회의 임원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되며 세무사들 모두가 '나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제도도입 저지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회원 각자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9명) 홈페이지에 간편납세제도가 실질·근거과세 기반을 해치고 납세자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요지의 반대 글을 적극 개진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울러 법안심사소위 위원 지역구에 속한 서별협의회별로 후원회를 조직해 후원금을 지원함으로써 세무사단체의 힘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자금법에 1인당 10만원까지의 후원금은 전액 공제받을 수 있으며 주민세까지 공제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1만원씩 이익이 발생한다.
이미 간편납세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만큼 7천여 회원 모두가 기필코 간편납세제도의 법제화를 저지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갖고 재경위원(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을 설득시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세전문가의 위상은 회원 스스로가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실천이 있을 때 지켜질 수 있다. 따라서 조세개혁 방향에 역행하는 제도의 도입 저지에 모든 회원들이 적극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