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가재정법' 제정의 바람직한 방향

2005.11.10 00:00:00

박정수(朴釘洙)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관치라고도 불리는 정부 주도 경제개발을 추진해 오면서 예산당국을 중심으로 상당히 집권화된 재정운영을 해왔으며 이를 통해 재정건전성은 매우 양호한 상태를 유지해 IMF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재정의 민주적 통제차원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의 노령화, 남북협력 및 국방 등 구조적인 지출수요 증대와 수입부족 사태 등으로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재정규율의 확보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 가능한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견제와 균형 원칙의 유지가 중요한 대통령 중심체제의 권력분리형태에 적절한 재정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961년 제정된 우리나라의 예산회계법은 내각책임제를 택하고 있는 일본의 법률을 모방해 규정하고 있는 바 우리나라의 대통령제 시스템에는 부적합한 내용이 많다. 이에 정부에서도 재정운용여건의 급속한 변화에 부응하고 새로운 재정운용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회계법과 기금관리기본법을 발전적으로 통합해 국가재정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안은 여전히 정부의 재량적인 재정운용의 여지 확보에 비중이 실려 있어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국회의 재정통제권 강화에 소홀한 문제가 있다. 특히 최근 재정개혁을 통해 예산의 총액배분 자율편성, 중기재정계획, 프로그램 예산, 성과관리제도 등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바, 이들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도 국회와 국민의 정보접근 필요성은 더욱 강조돼야 한다.

국가재정법상 통합재정의 범위가 공공부문에 포함되는 기관들 중 공기업을 제외한 일반정부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등은 대부분 법률로 설립돼 그 활동 전체가 정부에 의해 암묵적으로 보증되고 있으므로 재정계획에 이들이 포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현재 회계단위 기준의 통합재정을 기관단위로 전환하는 데는 일정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므로 이를 부칙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재정법에서는 예산과 함께 음의 보조금인 조세지출예산을 통합관리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재정규율 확립을 위해 단지 국회에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심의의결대상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년간의 실제행태로 미뤄 기속성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동 계획안을 회계연도개시 180일전에 국회에 제출하도록 명문화하고 국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top-down 예산한도를 설정하도록 해야 한다. 계획기간도 3년이 아니라 5회계연도 계획으로 수정돼야 하고 예산편성지침에 중앙관서 및 기금별 지출한도를 통보할 수 있다는 규정도 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으로 바꿔야 한다.

국가의 세출재원으로 조세수입과 국채수입 등 세외수입을 같은 차원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빚을 지는 등의 세외수입은 예외적인 상황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 국채발행을 국회의 심의 및 의결없이 재량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재정재량권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이며 해당 상황이 추경편성 요건에 해당되므로 국회의 예산심의 의결권을 훼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 법안상 추경편성 요건으로 들고 있는 '경기침체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와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재정지출이 시급히 필요한 경우'는 너무 포괄적이며 정부의 재량권이 너무 확대되는 우려가 있다. 경기 침체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무엇인지 명시해야 하며 포괄주의보다는 열거주의에 입각해서 보수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국가재정법은 기존의 재정제도를 체계화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향후 근본적인 재정개혁을 도모할 수 있는 개혁작업의 근거조항이 포함돼야 한다. 국가재정법을 제정하는 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재정개혁의 기본법으로서 내용을 담고, 현실 적합성을 위해서 부칙에서 일정기간 유예를 인정하는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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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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