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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 중 거주하는 아파트가 있었는데, 상속세 신고 당시 상속인으로서는 상속받은 아파트의 정확한 시가는 물론이고, 인근 아파트의 정확한 매매사례가액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법에 따라 국세청 고시가격으로 상속세를 신고·납부했다. 얼마후 관할세무서에서는, 상속인은 전혀 알지 못하는 같은 아파트 단지내의 이웃 아파트 매매사례가 있는데도 그 가액으로 신고하지 않았으므로 상속세를 추가 납부하라고 했다. 2004년1월1일이후 상속부터는, 당해 재산과 면적, 위치, 용도 및 종목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재산의 매매사례가액 등도 당해 재산의 시가로 보도록 하는 상속세법 시행령 규정이 신설된 결과다. 일응 상속재산의 평가원칙이 시가이므로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주택이야 동일 유사한 경우를 찾기가 어렵겠지만, 아파트는 동일 유사한 경우가 많으므로 처음부터 형평성 문제는 안고 있었던 규정이다. 모든 매매계약은 계약 당사자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과 유사한 상황의 구체적 정의도 없는 본 규정으로 인해, 예측했던 대로 아파트는 거의 다 상속인이 신고시에 몰랐던 다른 사람의 매매사례가액으로 추후 세금을 추징당하고 있다.
상속개시일 전후 6월내인 평가기간내에 당해 상속재산의 매매가 없는 사람은 보다 낮은 고시가격으로 상속세를 부담하고,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상속재산을 매매한 사람은 보다 높은 실거래가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2004년부터는 상속인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타인의 아파트 매매 등이 있는 경우에도 그 매매가액으로 상속세를 과세하고 있다. 이것도 법률이니 시비걸지 말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우선 당해 상속재산이든, 동일 유사한 타인 재산이든 단지 상속개시일 전후 6월이내의 매매사실이 상속세 과세에 영향을 미치게 함이 공평한 과세방법은 아닐 것이다. 공평한 과세를 위해서는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개시일의 합리적 가격을 평가함에 있어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합리적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6월 전후라는 평가기간이내의 매매 유무에 따라 상속세 부담을 달리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작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납세자는 알지 못하는데, 입법자는 그것을 공평과세를 위한 규정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이제는 상속인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타인의 재산매매 사실까지 상속세 부담에 영향을 주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상속재산 평가에 관한 문제의 법규정 신설에 따라 납세자가 타인의 매매사례가액으로 신고하고 싶어도 정작 세부담을 해야 하는 납세자는 그러한 정보에는 접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과세관청은 이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다는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성에도 문제가 있다. 상속세는 상속인의 상속세 신고라는 납세협력의무 이행에 따라 세무서장이 결정한다. 납세자의 적법한 납세협력의무 이행을 기대한다면, 당연히 타인의 매매사례가액에 대한 정보공개에 대하여도 보완책을 둬서 정보의 비대칭 문제는 해결했어야 한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매매가액의 공개로 인한 과세 이외의 제반문제는 과세를 목적하는 입법자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이런 문제는 공평과세 또는 신뢰보호원칙 등 법리문제를 따지기 전에, 상식으로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법률은 누구에게나 공평할 때 국민들로 하여금 그 수인의무를 강요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