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어는 놓치고, 송사리만 잡는다

2005.12.19 00:00:00

송춘달(宋瑃達)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최근 일간신문에 某재벌기업의 경영권 승계와 형제간의 기업분할에 대한 기사에서 30대 초반인 장남은 그룹의 최대주주로서 현재의 주력기업을 맡고,아우는 그외의 기업을 맡는 것으로 보도됐다.

또한 얼마전 국내 최대 재벌 총수일가에 대해 시민단체가 부당한 방법으로 주식을 증여했다고 고발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에 있으며, 이외의 재벌기업에서도 경영권을 승계받은 자는 대부분 30, 40대로서, 창업주의 3, 4세들인데 승계 당시에 이미 최대주주를 만들어 놓고 있었으므로 이들이 언제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납부하고 최대주주가 됐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와 같은 변칙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아보고자 상속·증여세법을 완전포괄주의로 개정하려고 했을 때에 조세전문가들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더욱 양극화돼 가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재산과 기업을 물려받으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과세권을 통해 이런 자들의 행태를 근절시킬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반면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완전포괄주의는 위헌소지가 있으며,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과세권 행사로 인해 국민에게 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있고, 나아가 오히려 열심히 일해서 재산을 모은 중산층이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대어는 놓치고 송사리만 잡는 법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종전의 증여의제규정을 예시적 규정으로 전환하고 이와 유사한 증여는 모두 과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고, 고액 재산가의 변칙적인 상속·증여에 대해 사전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선진민주세정의 운용으로 절대로 애꿎은 중산층이 피해를 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2003년12월30일 법률 제7010호로 상속·증여세법을 완전포괄주의로 개정했다.

필자는 최근 중견기업에서 사장까지 역임하고 정년퇴직후 수십년동안 거주하던 단독주택을 헐고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해 그 임대수입으로 큰 어려움없이 노후생활을 하면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교회에서 봉사하는 일을 주로 하시던 분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별세해 상속세 신고를 의뢰받고 상당한 고민을 한 바가 있었다.

그 이유는 상속재산 중에는 부동산 투기와는 관계없는 관악구 봉천동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거주하던 국민주택 규모이하의 아파트 한채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세법이 완전포괄주의로 개정된 후 동법 시행령 제49조제5항이 신설돼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당해 재산과 면적·위치·용도 및 종목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재산에 대한 동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가액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가액을 법 제60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시가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속세 및 증여세의 신고를 수임한 세무사는 대재산가의 큰 단독주택이나 빌딩 등은 당해 재산과 면적·위치·용도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이 없기 때문에 다른 유사거래가액으로 적용할 여지가 없이 국세청장이 산정,고시하는 가액으로 평가하면 아무 문제가 없으므로 신고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주로 중산층이 소유하는 아파트만은 다른 유사거래가액을 확인해 신고해야 하나, 아무 권한이 없는 세무사나 상속인(수증인 포함)은 같은 아파트내에서 누가 언제 얼마에 사고 팔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업무상 기밀보장의무가 있는 중개인이나 아파트를 취득하거나 양도한 이웃에게 거래가액을 문의하더라도 자기의 개인정보를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하는 수 없이 국세청 고시가액으로 신고하게 된다.

이후 과세관청에서는 국세청 D/B를 통해 매매사례가액을 확인하고 부족한 세액을 추징하게 되면 세무사는 세무전문가로서의 위신이 추락되는 것은 물론이고 세무사법에 의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혹자는 세무사의 잘못이 없는데 왜 배상책임이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얼마전 법원에서는 세무사가 전혀 알 수 없는 납세자의 매출누락으로 인한 추징세액까지 세무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바 있으므로 상속·증여재산에 아파트가 있을 경우에는 납세자로부터 세무사의 책임이 없다는 각서를 받기 전에는 신고대리를 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상속·증여세는 부과과세제도로서 신고·납부의무는 납세협력의무에 속한다. 그런데 납세자는 물론이고 조세전문가인 세무사도 알 수 없는 이행불능의 법률을 만들어 놓고 납세자에게는 과실이 없는 데도 과소납부에 대해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잘못된 규정이며, 상속·증여일 전후 6월 또는 3월이내에 제3자의 거래 유무에 따라 조세부담이 달라지는 것도 과세형평이 맞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시행령 제49조제5항의 '유사매매사례가액'은 과세관청이 임의적으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이를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본란의 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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