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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라는 말은 기업회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의 필요를 낳고 결국에는 개인이나 기업의 명예 그리고 금전적으로도 크나큰 해를 입을 수 있음을 우리는 자주 봐왔다. 최근 정부에서 외부감사대상 기준을 총 자산 70억원에서 상향 조정하는 문제가 논의됐으나 현행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부담완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명성 제고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였다.
그동안 기업의 투명성 문제는 주권상장법인이나 코스닥 상장법인 등 공개법인을 중심으로 논의돼 온 측면이 크다. 그러나 최근에 문제가 된 벤처기업의 분식회계뿐만 아니라 외부감사대상이 아닌 회사, 특히 중소기업들의 투명성 문제는 중소기업지원 정책에 가려져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여기에 대해 논의된 기억이 별로 없다.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기장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들은 비감사대상 업체들이 세무상의 필요나 금융상의 필요에 의해 별다른 주저함이나 거리낌없이 사실과 다른 재무제표를 작성하고자 하는 유혹을 얼마나 많이 받고 있는지를 실감할 것이다. 실증연구에 의하면 분식회계수단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재고자산 허위계상으로 이는 20∼30%에 이르고 있고, 미국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비감사대상 중소기업은 이보다 훨씬 비중이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외부감사를 받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보는데 직전사업연도말의 자산총액이 70억원미만인 중소기업이더라도 자발적으로 감사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은 경우 경영투명성 제고에 대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일정한 기준에 의해 산정한 외부감사비용에 상당하는 '외부감사 세액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당해 기업은 실질적으로 세액공제금액을 초과하는 금액만큼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기업의 대외적인 신뢰성이 제고돼 금융이나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제도는 자발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이러한 혜택을 입고자 하는 기업은 대외적으로 회계 투명성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이어서 상대적인 차별화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둘째, 정부의 경우 세수 감소를 고려해야 하나 경제 전반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인프라 구축 또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비용 성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수익자부담 원칙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흔히 외부 감사인의 고객은 피감사인인 회사이고 회사가 감사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인식이 보편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부감사를 통한 재무제표의 신뢰성 제고가 감사인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부가가치의 수혜자는 해당 기업만이 아니고 채권자나 주주를 포함하는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들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넓게 봐서 경제 전체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국가신용도가 높아진다면 이러한 부가가치의 수혜자는 국민들이라고 볼 수 있고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가 세금으로 중소기업의 투명성 제고 비용을 일정부분 부담해야 하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경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표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
셋째,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도 투명한 과세자료확보를 통한 진정한 근거과세(장기적으로 세수증대에 기여할 것이다)라는 명분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2004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주식회사 총수는 34만1천88개이고 외부감사대상 회사는 1만3천102개로 3.8%임을 감안한다면 '외부감사 세액공제'제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세수감소 부분은 장기적인 세수 증대나 경제의 투명성 제고라는 효익을 통해 보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