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의 특별소비세는 '77년 7월 부가가치세와 함께 기존의 영업세와 물품세 체계를 대폭 정리하면서 도입·시행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일반소비세로서 원칙적으로 모든 재화와 용역을 대상으로 10%의 단일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과세대상의 범위가 매우 넓어 주요한 재정수입으로서 제몫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세수규모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제치고 국세의 30%, 총 조세수입의 20%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부가가치세는 일반소비세인 만큼 무차별적으로 과세되므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구분없이 과세되는 특성을 가진다. 이에 따라 자칫 세부담의 역진성이 우려된다. 따라서 부가가치세 도입시에는 기초생활필수품에 대해 면세조치를 함으로써 이를 보완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물품세 체계를 계승해 특별소비세를 도입했다.
도입 당시 특별소비세는 사치품으로 간주되던 품목을 중심으로 과세대상을 선정했다. 주된 과세타깃을 고소득층에 맞췄다고 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자칫 부가가치세의 실효소비세 부담이 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아지는 것을 방지 또는 완화하고자 하는 것이 특별소비세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당시 특별소비세로부터 기대하던 목적은 다양했다. 소양댐이 발전뿐만 아니라 농업·공업용수 및 식수 공급, 홍수조절 등 다목적댐으로서 기능하듯이 특별소비세도 소득재분배 외에도 경기조절, 소비억제, 수입대체 등의 다양한 과세목적 달성을 위해서 활용됐다.
당시에는 투자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소비억제를 통한 저축증대가 필요했다. 특별소비세는 과세대상에 대한 소비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의 과세대상은 국내생산이 없거나 적은 품목이 많았기 때문에 특별소비세 과세를 통해 수요를 억제해 수입을 대체하고 외화절감 및 국제수지를 개선하는 것도 주요 역할 중 하나였다. 부수적으로 국내유치산업을 보호하는 역할도 일부 담당했다. 아울러 사치품에 대한 과세를 주목적으로 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고가의 사치품에 대한 소비억제효과를 나타냈고 경기가 과열되는 경우 사치품 소비억제로 인해 경기가 자동적으로 안정화되는 기능도 수행했다.
특별소비세 도입 당시의 과세대상은 현재와 같은 승용자동차, 석유류, 보석·귀금속 제품 등을 포함해 TV, 냉장고, 에어컨, 커피, 코코아, 콜라, 사이다 등이 망라됐다. 지금 생각하면 가전제품과 식음료품은 일상적 생활용품이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사치품으로 간주되거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품목들이지만, 당시에는 보급률이 한자리 수미만일 정도로 매우 낮은 정도밖에 안되는 것들이 많았다. 특별소비세는 글자 그대로 '특별한' 계층이 '특별하게' 소비하는 '특별한' 소비에 대해 과세하던 '특별한' 세금이었다. 그만큼 우리의 경제여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안 쓰고, 아끼고, 절약해야만 했던 어려웠던 시절에 있었던 얘기다.
현재 특별소비세 과세대상으로는 승용자동차와 석유류가 주종을 이룬다. 부수적으로 사행성오락기구, 녹용 등 일부의 식료품, 귀금속제품, 경마장 입장료 등을 포함한 일부의 과세장소 등이 있다. 종전에 특별소비세 과세대상의 주종을 이루던 가전제품과 식음료품 등은 오래전부터 이미 일상적인 생활필수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지난 30년동안 우리의 생활패턴이 선진국형으로 고도화됐기 때문이다. 특별소비세도 소비패턴의 변화 추이에 발맞춰 '99년과 2004년 두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가전제품과 대다수의 식음료품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특별소비세가 사치세로서 더이상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2000년대이후에는 두차례에 걸친 석유류를 중심으로 에너지 세제개편이 단행되면서 석유류 관련 세수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자동차의 연료유로 소비되는 휘발유, 경유, LPG가 개편대상이었다. 이들 유종간 상대가격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과 휘발유를 제외한 나머지 유종에 대한 세금 및 가격수준이 매우 낮다는 점이 주요 고려사항이었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환경오염 문제와 교통량 폭증에 따른 교통혼잡 문제가 매우 심각해지면서 외부불경제에 대응한 정책이 필요하게 됐다. 그 일환으로 경제적 유인장치를 활용하는 것이 자원배분의 왜곡을 시정하는 데 적합하다는 경제이론에 근거해 '시장의 실패' 교정적 조세로서 특별소비세(교통세)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의미에서 볼때 작금의 특별소비세는 더이상 '특별한' 소비에 대한 '특별한' 세금이 아니다. 오히려 환경오염과 교통혼잡을 완화해주기 위한 일종의 환경세 또는 혼잡세로 볼 수 있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하에서 환경세로서 특별소비세의 기능은 더욱 중요성을 가진다. 일각에서는 '특별'이라는 단어에 집착해 휘발유, 경유, LPG가 '특별한' 사치재냐고 항변하면서 높은 세율의 특별소비세를 비난하곤 한다. 그러나 특별소비세는 사치세로서가 아니라 열악한 대기 및 교통환경 개선을 위한 세금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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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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