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어느날 갑자기

2006.07.10 00:00:00

김종상 前부산지방국세청장


정말 어느날 갑자기 제15대 이주성 국세청장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발표돼 국민들이 어리둥절했고 그렇게 된 사연에 대해 궁금해 했다.

국세청이 '66년3월3일 발족이 됐고 금년에 꼭 40주년을 맞이했는데, 이 청장이 작년 3월15일에 부임할 때까지는 13명(한명이 8∼9대를 재임했음)의 국세청장이 거쳐 갔으니, 평균 재임기간이 정확하게도 꼭 3년이었다.

다른 정부부서의 장관·청장들은 같은 기간에 30명 내외에 이른다고 하니, 국세청장들은 비교적 장기간(어떤 청장은 5년9개월간) 근무하는 것이 전통이 돼왔는데 그것은 정부내에서 전문적이고 특별한 위치가 고려됐다고 이해된다.

특히 이 청장은 어느 때보다도 공개된 분위기에서 선임되고, 인사 청문회까지 거친 준비된 청장으로, 적극적으로 열린 세정을 전개해 과세품질(課稅品質)을 강조하고 한단계 업그레이드했으며, 작년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세수 확보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외국계 펀드 등에 대한 강도높은 세무조사와 작년 하반기이후의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 열풍, 특히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급등에 투기조사로 발빠른 대응을 하는 등 능력있는 국세청장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으므로, 그의 급작스런 퇴임은 꽤나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후진을 위한 용퇴라는 퇴임의 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단단한 조직력과 행정능력을 과시해온 국세청으로는 그 충격을 마무리하고, 이제 후임 국세청장이 부임해 국세행정을 이끌 준비를 하고 있다.

예전의 국세청장들은 장기간 재직했다는 특징 이외에도 그들의 퇴임이 급작스럽지 않고 예측할 수 있었으며, 많은 경우에 그동안의 업적을 인정받아 명예로운 전직(장관 입각 등)을 하곤 했다.

이번에 떠난 이 청장까지 14명의 청장들 중 8명이 업무유사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건교부(예전 건설부)장관 등으로 발탁됐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부가가치세가 도입('77년)된 때에 새로운 세제를 조기에 정착하려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국세청과 그 때의 유명한 국세청장은 그 다음해('78년) 총선에서 국민투표로는 야당에게 1.1%를 지게 된 주된 원인의 하나였다는 일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장관으로 입각해 국세청을 떠났던 것이다.

이번처럼 어느날 갑자기 이뤄진 국세청장의 퇴임은 올림픽이 열린 해('88년) 조세의 날(3·3) 축하행사까지 주관하시며, 앞으로도 한참을 국세행정을 지휘하실 것처럼 말씀하시던 청장이 다음날 퇴임을 하게 된 경우였는데 재직기간 1년을 채우지 못했으니 가장 단명의 국세청장이었던 것이다.

또 갑자기는 아니었지만 '99년에는 이번처럼 1년2개월여의 짧은 기간을 재직하고, 이미 준비된 청장(그 당시 차장)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인계하고 장관으로 영전한 모양이 괜찮은 퇴임도 있었다.

국세청장을 비롯한 정부내의 책임있는 공직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은 대체로 바람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특히 같은 청장으로 검찰청장·경찰청장들도 임기(2년)가 주어져 있는데 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은 그 직책의 중요성으로 봐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것이다.

물론 불가피한 책임문제가 발생한다면 할 수 없지만, 급작스런 인사로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이뤄지는 것은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작은 중소기업 같은 작은 조직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제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에서는 국무·국방·법무·재무장관 등 주된 각료(다른 장관들은 우리가 잘 모름)들이 거의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하고 있는데, 이는 능력과 소신에 따른 책임행정, 일관성 있는 정책수행 및 행정조직의 안정성과 능률을 발휘한다고 한다.

'어느날 갑자기'는 비단 인사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국민을 위한 행정 각 분야에서도 유념해야 할 명제이다.

사전에 법령 및 각종 행정규칙에 제시된 대로 꾸준하게 지켜지고 예측이 가능하도록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급작스레 그 내용을 바꾸거나 일관성이 없이 어느날 갑자기가 돼서는 안되는 것이다.

세무행정 특히 세무조사에 있어서도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에 의해 납득할 수 있는 대상자를 선정하고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방식으로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전체적으로 국가 사회·경제정책 수행을 뒷받침하는 것이 조세의 주된 기능이긴 해도 너무나 예민하게 국정·사회현안에 세정이 개입돼,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조세행정기능을 소홀히 하면, 어느날 갑자기의 조세행정 또는 세무조사라고 오해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국가사회 각 분야에서 기본 룰(Rule)에 충실해 예측 가능한 범위내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무리가 없는 것이며, 안정된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국세청장의 퇴임처럼 어느날 갑자기는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소망이다.

※본란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정신문 기자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