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원 서강대 교수
5·31선거후에 부동산세제가 고생을 하고 있다. 부동산세제 탓이다 아니다를 가지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하루에도 몇번씩 고친다 못고친다를 가지고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5·31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이 부동산세제 탓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여당에 대해서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한 더 깊은 어떤 원인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상들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본다.
이 글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현재의 부동산세제가 무슨 문제를 갖고 있는가를 원론적인 관점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번째로 부동산 시장의 거래비용을 지나치게 높여 놓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시장경제를 버리겠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장경제의 가장 큰 독은 거래비용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했어야 한다. 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거래세를 낮추겠다는 방향에 대해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긍정했던 것은 그것이 시장을 더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목적인 세율만 약간 낮추었을 뿐 과세표준은 급격하게 높임으로써 실효세율이 오히려 더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것은 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정책과 정부의 신뢰도를 현저히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의 발표대로 거래세가 낮아지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세금을 내보니 오히려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둘째로 부동산 조세체계가 동결효과(lock-in effect)를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원래 실현주의 양도소득세는 동결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자산시장을 왜곡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양도소득세 역시 실효세율을 사실상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을 뿐 아니라 명목세율도 부분적으로 높임으로써 동결효과가 더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부동산 조세정책의 지나치게 '탄력적'인 운용이 동결효과를 더 강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경기에 따라 양도세를 강화했다가 완화했다가를 반복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율이 많이 오르면 언젠가는 다시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의 급등과 실거래가 과세원칙의 강화에 따라 1가구1주택 비과세 한도 6억원도 고가주택시장의 동결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하게 됐다. 동결효과 역시 시장의 기능을 왜곡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셋째로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는 세제상의 조치들이 다른 차원에서 주택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주택보유의 수를 제한하면 보유하는 주택의 크기를 조정해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것은 큰 주택과 작은 주택의 가격격차를 더 벌어지게 할 뿐 아니라 주택의 과소비를 초래한다. 불필요하게 큰 집에 살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주택의 임대시장을 사실상 규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넷째로 부동산 보유세가 지나치게 무리하고 복잡하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보유세의 세율인상과 과세표준 현실화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실효 세부담률은 매우 급격하게 오르게 됐다.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는 주장은 보유세를 많이 올릴수록 좋다는 말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보유세의 왜곡효과가 적다는 말이다. 그러나 보유세도 지나치게 많이 오르는 경우 여러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무엇보다 종합부동산세의 최고세율이 토지 4%, 주택 3% 등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수준의 세율이다.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 부동산의 가격 대비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보유세 강화의 근거가 되는 적은 왜곡효과는 토지보유세에 한정된 것인데 우리나라의 부동산세는 주택에 대해서도 중과세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주택의 공급에 커다란 차질을 가져올 요인을 만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소위 헨리 조지주의자들의 주장과도 부합하지 않는 무리한 세제이다. 부동산세에 다양한 부가세들이 붙어 있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중층화돼 있는 데다가 종합부동산세를 세대별로 합산해 신고·납부하도록 하고 있는 점은 보유세를 매우 복잡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모든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정부가 가지고 있고 특히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정부가 결정하기 때문에 개인으로 하여금 신고·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납세비 부담을 강요하는 결과만을 초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보유세의 중요한 부분을 국세화함으로써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자치의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생기게 됐다는 점이다. 지방자치의 요체는 재정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데 있다. 이것을 위해서는 특히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세입수단이 필수적인데 그 가장 바람직한 대상은 부동산, 특히 토지 보유세이다. 토지 보유세는 지역별로 세율에 차등이 있어도 국가 전체적인 자원배분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지방세의 중심적인 세목으로 재산세를 사용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세원을 중앙정부가 가져감으로써 앞으로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거둬서 다시 지방정부에 나눠주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것은 중앙정부에 의한 통제와 간섭을 더 크게 할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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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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