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상 前부산지방국세청장
요즘 TV프로 중 인기 있는 '웃찾사'라는 프로가 있는데,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코너는 남자 개그맨 3명이 출연해 한사람은 테이블에 앉아 나름대로의 뉴스(형님뉴스 앵커)를 진행하고, 또 한명은 현장 취재를 한다는 체격이 큰(미식축구선수처럼 가슴에 무엇을 넣은 듯) 그 모양부터 웃음을 자아내는 개그맨이 출연하는 그런 내용이다.
그들이 짬(기회)만 있으면 두 손을 높이 쳐들면서 하는 멘트 '아∼ 남자가 남자다워야 남자이지요!'하는 부분이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다.
이걸 보면서 소위 말하는 엔돌핀이 팍팍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다른 시청자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가끔은 '남자'대신에 다른 대상을 대입(代入)시켜서 '○○가 ○○다워야 ○○이지요'하는데, 배를 쥐고 웃다가 아무리 개그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뭔가 이 속에는 교훈이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일테면 가정에서도 가장(일반적으로 남편·아빠)이 가장다워야 하고 주부는 주부답게 자녀(학생)들은 자녀들로서 각자의 책임과 임무를 다 해야 그 가정이 화목하고, 그 식구들 모두가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사회·경제의 수많은 조직들, 기업(회사)·단체·기구들의 대표(회장·사장 등 CEO들)·임원·부장·과장 요즘 많은 팀장 등과 그리고 다른 구성원들 모두가 그들의 직책과 임무에 적합해 ○○다워야 서로가 손발이 맞고 그 조직들의 목표를 능률적·효율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달성해 그 조직이 존립을 하거나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중앙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의 책임자, 즉 대통령을 비롯한 장·차관·도지사·시장 등 그 많은 직책들은 너무나 중요하고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자리이기에 그 선임(선거)과 임명과정을 크게 주목하고 그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들이 그 조직을 위해서 다시 임명하고 팀웍을 구성하는 여러 공직자들 모두가 그 자리에 적합해 '○○답고', '○○다운'처신과 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선거를 통하지 않는 중요한 공직자들, 즉 국무총리 이하 전 국무위원·대법원장(대법관들 포함)·헌법재판소장(재판관들 포함) 및 몇몇 청장들은 국회의 청문회를 통해 그들의 적격성 그러니까 ○○답게, 그 직책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그밖에 많은 공직들도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 및 인사절차에 따라 그 직책을 맡아서 그 임무를 다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질적인 혈연·지연·학연을 탈피하고 근래 화제가 되고 있는 지나친 코드인사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판매된 제품들처럼 리콜제가 시행되기 어려운 만큼,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선거결과와 전방위 다면평가(多面評價)가 그 몫을 다하도록 기대하고 있다.
'49년 장개석 총통이 중국본토에서 대패해 대만으로 밀려간 후, 절치부심해 공직기강을 확립할 때 주창한 것이 소위 三分主義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중국사람들이 3자를 좋아하는지 그 이전 손문이 三民主義를 주창했던 것과는 다른 각도에서 다시 부패할 수 있는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혁신하는 덕목(德目)으로, 첫째 知分, 즉 자기의 분수를 알고 둘째는 守分, 분수를 지키고 세번째는 滿分, 그러니까 분수에 만족하자는 것을 제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전처럼 부패하고, 부정직한 공무원들을 숙청했는데, 그 본보기로 며느리를 자살하게 했고, 4촌인지 6촌 형제가 되는 인사(人事)부장을 대중들 앞에서 공개처형(총살)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렇게 뼈를 깎는 고통을 거쳐서 대만정부의 공직윤리가 전 세계에 수범사례가 되고 싱가폴의 이광요 수상도 이를 본받아 세계적인 모범국가가 됐다고 한다.
필자는 10여년전에 10여명으로 구성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회의 명칭을 정할 때에 '다운회'라는 이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때 물론 거창한 내용들은 아니었고 그저 회원들이 인간다운(답게)생활을 하자는 것이었으며, 고개와 몸을 낮춰 겸손하자(영어로는 Down), 그리고 그렇게 살면 공사생활에도 복 많이 받고 좋은 운이 따르지(한자 多運)않겠느냐는, 여러가지 글자풀이도 했더니 만장일치로 회의 명칭이 됐고, 이를 실천하며 오늘날까지 열심히들 모이고 있다.
얼마 전에 2년 정도의 임기를 가지고 있던 국세청장이 '어느날 갑자기' 퇴임을 하고 새로운 국세청장이 청문회까지 무난히 통과해 취임을 했다.
문무(?)를 겸해 준비된 청장이라고들 하고 있으니 정말 여러 가지로 '국세청장다운' 지휘관(CEO)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성실한 납세자들에게는 고객을 대하듯 몸을 낮추는(Down) 따뜻한 세무행정을 펼 것 등을 취임일성으로 말하고 있다.
또한 세무조사는 그 대상을 축소하되 그 효과를 극대화해 과연 '세무조사답게' 한다는 취임사를 들으면서 든든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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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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