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올해도 예년과 같이 부분적인 세제개편이 이뤄질 모양이다. 지난 8월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개편안이 발표되자 언론에서는 "윗돌 빼 아랫돌 괴자는 세제개편, 맞벌이 늘고 다자녀가구 줄어든다, 애 없는 고통에 세금고통까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뽑았다.
먼저 세제개편안 중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내년부터 독신이나 맞벌이 근로자 가구의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자녀가 많은 가구의 세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둘째, 저소득층 근로자에게는 정부가 일정액의 현금을 보조해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도입돼 2008년부터 소득수준에 따라 연간 최대 80만원까지의 근로장려금이 지급된다. 셋째,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와 전문직 종사자의 소득파악을 위해 개인계좌와 분리된 사업용 계좌가 도입 시행된다. 넷째, FTA협정 확대, DDA협상 등 국제무역 환경변화와 국내 산업구조 변화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춰 기초원자재 310개 품목의 세부담을 낮추고 영화용 필름과 설탕 등의 관세율도 낮추기로 했다.
2006 세제개편은 참여정부 들어 세번째 마련된 개편안이다. 지난 2003년 개편안이 마련될 때 중장기 조세정책방향도 함께 발표됐으나 이러한 중장기 청사진과 2006년 세제개편안간의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이 쉽지 않다. 2003년에 발표된 청사진이 향후 우리나라 세제가 단계적으로 변모하는 로드맵이라고 할 때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전략이 2006 세제개편안에 녹아있어야 하나 경기침체를 감안하더라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물론 비과세감면의 지속 정비,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위한 과세인프라의 구축, 편안한 납세환경 조성을 위한 세원관리 혁신의 내용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목적세의 정비 등 분권화와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의 구현을 위한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조세지출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일몰연장의 근거를 명확히 하고 일몰에 따른 폐지를 하는 경우 구체적인 정책효과에 대한 평가를 제도화해야 하지만 이 역시 이번 세제개편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우리나라처럼 매년 세제개편을 단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제개편이 정부의 살림살이에 충당하기 위한 세금을 걷는 틀을 바꾸고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것이라는 점에서, 아무리 경제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고는 하지만 납세자의 순응비용을 생각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감안하면 지금 같은 매년의 세제개편은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올해 세제 개편안은 서민의 생활안정지원을 위한 EITC의 단계적 도입 및 공평과세실현을 위한 세원투명화에 보다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분배를 강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돼 형평을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나 조세중립성 제고를 위한 감면 및 비과세제도 혁파나 기업하기 좋은 납세환경 조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제와 세정은 동전의 양면 또는 수레의 양바퀴라는 점을 인식해 종합적으로 접근해 과표양성화를 꾸준히 추진하려는 의지도 분명히 했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부분은 의문이다.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포함돼 있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한다. 현금거래 노출 강화,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 확대 등 세원투명성 제고를 위한 시스템 구축, 악의적 탈세자에 대한 가산세 강화, 세무조사 개선 등 사후관리 강화, 탈세제보 포상금 확대 등 사회적 감시기능 활성화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라 하겠다.
전세계적으로 조세조화를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이동가능한 세원을 놓치지 않기 위한 조세경쟁도 긴박하게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세원은 넓히고 세율은 낮춰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세율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장기 세제개편 청사진에서 소득세제를 전반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던 것에 비춰볼 때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인하나 자본소득양도차익과세 등도 미뤄 소득세제의 포괄화 방향에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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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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