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세지원 정책의 목표와 결과

2006.10.23 00:00:00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어느 국가의 조세지원제도 중에 대학 학자금 마련을 지원하는 것이 있다. 학부모나 학생이 저축을 해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는 경우에 그 저축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명확하다. 교육투자에 소요되는 자금조달비용을 줄여서 대학진학을 촉진하며, 장기간 저축을 하여 학비를 조달해야만 하는 저소득층을 지원함으로써 형평성 제고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소득수준이 낮은 자에게 혜택을 제한함으로써 형평성 제고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대학을 진학하는 자들은 대체로 부유한 계층이며, 저소득층의 학생도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대부분 부유한 계층에 편입되므로 일생소득을 기준으로 볼 때 이 제도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또는 자식을 대학에 보내지 않은 저소득층으로부터 소득수준이 높은 대학 진학자에게로 소득을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전에 저축을 하여 학비를 마련하는 가정은 납세자 전체에서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은 계층에 속한다는 것이 연구결과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전반적인 대학 진학률 제고효과는 있는가? 소득수준에 따라 대학등록 여부가 결정된다면 대학 진학률을 결정하는 한계선에 있는 학생은 사전에 저축을 해서 학비를 조달하는 학생들이 아니라 융자를 받아서 진학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자들로서,저축에 대한 조세지원 혜택과 무관하다는 것이 연구자들이 제시한 결론이다. 즉 학자금 조달을 위한 저축지원제도는 대학 진학을 촉진하는 효과는 거의 없고 그 혜택이 없어도 대학을 진학할 학생들에게만 교육투자 비용을 줄여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조세지원 정책에 대해 두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특정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조세지원 정책의 효과가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학자금 조달비용을 줄여주면 저소득층이 그 혜택을 받아 대학에 많이 진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교적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도움이 대학 진학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자들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함으로써 소기의 목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진짜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은 학자금 융자지원이 필요한 자들이지 사전에 저축을 하여 대학에 진학하는 자들이 아니다. 이러한 판단의 오류로 인해 정부의 지원이 대학 진학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한계선상에 있는 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지원이 없더라도 대학에 진학했을 자들에게 우발적인 이익(windfall gain)만 가져다주는 결과가 나타났다. 다른 조세지원의 경우에도 유사한 사례가 많이 발견되는데, 이는 정말 조세지원이 필요한 자들을 사전에 정확하게 가려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조세지원은 정부의 세수입 감소를 의미하므로 한쪽에서의 감면 혜택은 다른 쪽에서의 세부담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존재하는 조세는 예외없이 자원의 배분을 왜곡시켜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조세지원이 다른 쪽에서의 세부담 증가를 초래한다는 것은 경제의 효율성 관점에서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쪽에서 세금을 징수해 다른 쪽에 지원하므로 조세지원은 필수적으로 소득의 재분배를 유발한다. 따라서 조세지원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지원을 통해 얻어지는 성과가 경제의 효율성 저하라는 비용보다 크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비용을 다른 자들이 부담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소득재분배에 대해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원의 비용과 소득재분배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는 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니다'는 식의 단순한 발상으로 조세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 학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지원 외에도 저소득층을 겨냥한 지원이 실제로는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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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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