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순강 세무사의 X파일]기업세무관리 비법(8)

2005.12.15 00:00:00

'까불지 마라'

신혼초 친정에 다녀오는 길에 조금만 늦어도 미안해하던 아내. 중년 들어 씩씩해진 그녀가 3박4일 여행을 떠난다고 통보해 왔다.

텅 비어 썰렁한 집안에 들어선 남편의 눈에 냉장고에 붙은 아내 메모가 보인다.
'까불지 마라!'
'까스(가스)조심, 불조심에 지퍼 조심까지 하고, 마누라 찾아 징징대지 말고, 라면이나 끓여 먹고 계셔!'의 약자.

요즘 유머라니 핏대도 낼 수도 없는데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어 쓸쓸함을 느낀다.

'토지초과이득세'란 세목이 생각나시는지?

90년대 초반 부동산 급등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됐다가 불과 몇년만에 위헌판결을 받아 역사속으로 사라진 세목이다.

'91년도 지방의 한 세무서에서는 토지초과이득세 500여억원을 예정통지했는데, 최종적으로 납부된 세금은 고작 20여억원이었다.

감액된 세액의 내용을 살펴보면 '유휴토지 판정불복'으로 10% 정도, 그리고 '공시지가 가격 경정청구 수용'이 90% 정도였다.

한마디로 졸속입법과 토지가액 평가 불신만을 확인시켜 준 꼴이었다.

그건 그렇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91년 여름의 오후, 지방세무서의 서장실 문을 발로 걷어차며 부부가 들어왔고, 대뜸 "당신이 서장이야? 어떤 새끼가 내 집을 주민등록이 돼 살고 있는데 별장으로 분류했어. 겁없는 놈들"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남편은 서슬퍼런 정보기관의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고위간부이고, 부인은 유명대학 교수로 도예가인데, 이들에게 토지초과이득세 2억여원이 예정통지된 것이다.

서장은 그들의 사회적 신분과 강경한 자세에 "잘못된 사항이 있으면 즉시 시정토록 하겠습니다"며 조아린다.

재산세과장에게 관련 서류를 가지고 와서 설명하도록 했다.

조사서 내용에는 '별장 소유주는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에 거주하며, 부부의 직업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었고, 주민등록은 별장으로 돼 있으나,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있다. 주민등록은 형식적이다'는 9급 ○○○ 직원의 복명서와 별장 관리인과 이장의 확인서와 사진도 첨부돼 있었다.

관련 서류는 완전무결 그 자체였고, 이러한 내용이 확인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거만하던 남편의 기세는 꺾이고 서장에게 "어떻게 방법이 없습니까?"하며 울상이 됐고, 서장은 "다른 데로 전출한 9급 ○○○ 직원에게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었는지 직접 따져보십시오"라고 한다.

이젠 적극적으로 도울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9급 ○○○ 직원을 찾아갔으나 냉담한 대답만 들어야 했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힘 있고 돈 있다고 '까불지 마라'이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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