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20년 지기 돈키호테 꼴통 세무공무원을 이야기하련다. 그 친구는 언제 어디서든 돈키호테 짓을 마다하지 않는다.
현직을 떠난 필자이고 그는 조사계장으로 있지만 지금도 그와 나는 친구로서 서로의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다. 지금부터 이 친구의 재미있는 꼴통짓을 보자.
1)15년전 토지초과이득세로 재산세과 전 직원이 밤 12시까지 업무를 보고 있다. 이 친구는 지방청에 보고할 사항이 있어 새벽 3시까지 보고서를 만들었다. 서 너시간 잠시 눈을 붙이고 작성한 보고서를 과장에게 결재를 올렸다. 과장은 대충 거들떠보며 "이게 보고서냐.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돈키호테는 대뜸 과장에게 반말조로 "이거 당신이 해야 할 일 아니냐. 나는 보조기관이고 당신이 작성 책임자 아니냐. 당신은 어제 오후 7시에 퇴근했고, 나는 새벽 3시까지 작성한 것이다. 중요한 보고서고 시간이 촉박한 것이라면 당신도 같이 작성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지금부터 보고서 작성은 당신이 하시오"하며 결재서류를 과장의 얼굴로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오늘의 나의 불손한 행동에 대해서는 당신이 알아서 인사조치하시오"하고 사무실을 나와 버렸다.
과장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그 날 저녁 계장과 술을 마시며 그 친구가 사람이 좋아서 쉽게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심하게 나올 줄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2)돈키호테가 상당히 큰 상속세를 조사했단다. 피상속인이 그 지역의 유지로서 상당한 재산을 남기고 사망했다. 돈키호테에게 꼬리를 잡혔다.
상속 개시 15일전 상당한 재산을 궐석재판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소유권 이전사유는 20여년전 매매가 이뤄졌는데 아직까지 등기 이전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돈키호테는 이 부분에 문제점이 있다며 추적하기 시작했다. 소유권이 이전된 사람을 조회하니 현직 경찰서 수사과장이다.
이전된 부동산은 수사과장의 명의로 세무서에 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있고 공직자윤리법에 의한 '재산등록'이 돼 있었다. 그러나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 부동산의 임차자들을 상대로 확인한 바 계약서는 수사과장으로만 돼 있을 뿐 임대료는 상속 개시후 3년간 계속 상속인의 통장에 입금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다.
돈키호테는 이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확정하고 30억원을 추징한다.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수사과장이 앙심을 품고 돈키호테의 뒷조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무서장에게 압력을 가하고, 정보과 형사들이 돈키호테의 주변을 맴돈다. 이러기를 보름 정도 지났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돈키호테는 수사과장에게 전화를 건다.
"당신 내 뒷조사하고 있소? 당신 그렇게 힘이 세고 직권을 남용해도 되는 거야. 지금 세무서로 들어오시오"하며 호통을 친다.
수사과장은 "세무서에 들어갈 이유도 없고,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왜 나한테 신경질적인 반응이야?"라며 비아냥댔다.
"당신 수사과장으로 상당히 힘이 센 것 같은데, 그런 힘은 누구나 다 있어. 나의 친형이 청와대 민정비서관(돈키호테가 지어낸 이야기)이야. 당신의 지금까지 모든 사항을 정리해서 직권남용죄로 고발조치할 것이니 검찰에 가서 답변하시오"하고 전화를 끊는다.
전화가 끝난 지 10분도 안돼 그 수사과장이 숨차게 세무서 사무실로 들어온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상속인들의 부탁을 받고 그들을 위해 일한다는 게 조사관님에게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세금은 그대로 낼테니 아무 일 없었던 것으로 해주십시오"하며 살살 빈다.
3)돈키호테가 일선 세무서 법인계 차석으로 아침에 업무에 상당히 바쁘다.
법인세 과장이 돈키호테를 부른다. "인사드리게. 지방청의 법인세 과장님일세. 청장님의 지시로 일선 현안업무를 점검하기 위해 나오셨으니 일선의 애로사항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도록 하게."
돈키호테는 자기의 업무노트를 지방청 과장에게 보여준다.
다이어리에는 매일 매일의 업무를 10여가지 정도 중요하고 긴급한 업무순으로 번호가 매겨져 있고, 그날 처리못한 업무는 다음날의 우선순위로 계속 바뀌고 있었다.
돈키호테는 당차게 지방청 과장에게 말을 한다.
"이 다이어리는 누구를 위한 보고용도 아니고 하루하루의 일과입니다. 여기 보시다시피 보고서 중 대부분은 무실적 또는 해당사항없음이라고 돼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제가 책임감이 없고 무성의해서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장님이 보시듯 우리 직원들은 지금 정신없이 밤늦게까지 움직이고 있습니다. 본청이나 지방청에서는 일선에서 왜 무실적 또는 해당없음으로 보고하는지에 대한 반성은 해 보셨습니까?"
"국장님과 과장님이 저의 반원으로 하루만 근무해 보십시오. 그리고 상부기관의 보고서를 작성해 보십시오. 왜 우리가 무실적 또는 해당없음으로 보고하는지를 아실 겁니다.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식 지시나 자기의 공적을 과시하려는 업무지시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부디 정책을 입안할 때 일선 직원과 납세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현실을 감안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외에도 돈키호테는 많은 일을 저지르고 다녔다.
오늘은 이 돈키호테가 또 무슨 짓을 벌일지 궁금하다. 그러면서도 이 친구가 더 많은 일을 저질러 줬으면 한다. 우리 국세청에 이런 돈키호테가 점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