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언론지상에 보도된 사회지도층들의 탈세보도를 보면서 착잡한 심정이다. 몇가지 사례를 보자.
1)최근 국세심판원은 "수임료 79억원 중 1억원만을 신고한 변호사에 대해 과세당국이 사기 등의 행위로 봐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해 종합소득세 46억원을 고지한데 대해 정당한 과세이다"라고 결정했다.
2)국회 부의장은 자신과 부인명의의 부동산을 임대하면서 이중계약서를 작성(실제 월세 1천600만원을 세무서 제출용에는 300만원 등)하는 방식으로 해마다 2억원 안팎의 임대 소득을 누락했고 지난 10년동안 탈세 금액이 1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3)국무총리는 부인 명의 땅과 관련, 투기목적이 아닌 주말농장용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해 왔지만,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농사를 짓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4) 임대소득세 탈세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던 전 헌법재판관은 (임대소득 탈루 관행에 대해) "강남구 일대에 있는 사람들이 다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단다. 시민단체는 "조세법에 정통한 재판관이 소득세를 탈루했다면 이는 당해 재판과 개인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면서 "세금의무조차 지키지 않은 헌법재판관이 내리는 결정에 대해 앞으로 국민들이 심정적으로 복종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5)현 집권세력 멤버들과 함께 지난 90년대말 강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던 한 야당의원의 탈세 발언(매출액의 4분의 1을 줄여서 신고)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국회부의장, 국무총리… 모두 다… 부정부패의 표본이다. 공직자로 탈세와 부동산 투기라…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를 잡으며, 나라를 바로 잡겠다고?' 등등의 의견들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위의 탈세사례는 우리의 납세실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이 관례화 돼 있다고 항변하고 있으며, 그리고 나는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며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당사자 대부분은 자기는 떳떳하다고 뻔뻔함까지 내비치는가 하면, 용서받을 수 있는 단순한 실수 정도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위의 1)의 사건은 수십년전부터 그러한 가능성이 내재돼 있었다. 그 이유는 몇년전까지도 변호사회와 국세청간에 암묵적인 협의과세 내지 조정과세(수임건수당 일정 수임료이상은 서면결정)가 있어 왔기 때문이다.
필자가 국세청에서 겪었던 경험은 우리 사회가 탈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단순·명료하게 보여줄 것이다.
약 15년전 어느 직장에서 연말에 근로소득세 정산과 관련해 절세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들을 모색하게 된다.
부양가족을 좀더 늘려 소득공제액을 늘리던가, 저축세액공제 등과 같이 세액공제를 더 받으려고 한다.
그때까지도 세무서 직원들조차 그러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한 사실에 대해 감사원 감사에서 '부당공제'에 대한 시정명령이 떨어졌고, 세액추징은 물론 인사 전보되는 불이익까지 당했다.
기껏해야 세액 20만원 남짓 덜 냈을 뿐인데, 공무원 최고의 기대인 승진을 기다리던 간부급들이 승진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 사건으로 국세청은 이후 연말정산 최우수 기관으로 태어났다.
또 하나는 IMF로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시절, 금융기관이 무주택 직원들에게 저리자금을 대출하였던 것에 대해 주택이 있는 직원에 대해 국세청에서는 정상이자율로 하여 세금을 추징하도록 조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금융기관은 무주택자로 위장했던 유주택자 직원을 우선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자로 정했다.
탈세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납세자와 정부의 상호 불신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탈세자들은 위의 사례가 보여 주듯이 재력가 또는 사회지도층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탈세의 척결을 위한 적발과 처벌의 對症療法에는 한계가 있으며, 탈세방지시스템을 구축을 통해 원인을 제거하는 예방요법이 병행돼야 한다. 예방요법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하고 납세자의 처벌이 같이 이뤄져야만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국세청과 금융기관의 사례와 같이 탈세자에 대하여는 세액추징과 형사처벌은 물론 그 조직에서 영원히 도태시켜야 할 것이다.
탈세 방지는 그렇게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너무도 쉽고 단순하게 뿌리뽑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