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박사님 안녕하세요. 김 박사님은 지금 우리 세정 및 세제개혁의 중책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1년 반의 만남이었지만 공적인 자리 또는 사석이나 이메일로 제가 느끼는 바를 많이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의견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동년배로서 자칫 김 박사님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는 것과 나의 짧은 소견을 일반화시키기에는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만의 소견이 아닌 국세청 간부출신의 선배가 쓴 책을 보고는 깊은 감동을 받아 그 분의 의견(세정에 얽힌 비화)을 빌어 우리의 세정개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상당히 많은 분량을 15가지로 요약했습니다.
①저자는 명문법대의 행정고시 출신으로 5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후반에 국세청 차장으로 퇴임했다. 50년대 후반 2년간 하버드대학교에 유학했고 고위층의 횡포에 망명으로 맞대응하기도 했다. 80년대초 친형(외국 유명대학 경제학 교수)이 야당지도자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로 군부의 탄압을 받는다.
②'56년도의 대한민국 국민 1인당 GNP는 68달러이고 '94년은 8천483달러이다.
③조세는 국민경제와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성을 요함에도 60년대 당시에는 실력있는 전문가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당시 국민소득계산을 담당하는 부처가 없어 재무부 사세국의 1계가 담당하였을 정도로 국가의 인프라는 엉망이었다.
④5·16 혁명후 지방청 법인세과장으로 재직시 일선 세무직원들의 정실도 문제였지만, 서장·과장 등 부정부패가 더 큰 문제였다.
⑤○○세무서장 근무시 언론을 장악하려고 누적적자이던 ○○일보(개인사업자)에 대해 추계과세를 하고 윤전기를 압류하라고 중앙정보부 담당관이 직접 전화로 엄명했다. 이에 대해 ○○일보 사장은 "소득세법에 '소득이 있는 자'는 그 신고를 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자기는 소득이 없어 신고의무가 없다"며 입법의 결함을 지적했다.
⑥사세국의 직세·간세과장은 부과업무를 초월해 세제에 관한 업무까지 빼앗아 위법행정이 자행됐다.
⑦'66년 국세청이 발족됐고, 이는 충분한 세수확보가 목적이었다. 초대 이낙선 국세청장을 발령하고 전년도 415억원보다 70% 정도 많은 700억원으로 잡고 이를 달성했다. 이면에는 '조상징수(繰上徵收)'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고, 이는 납세자의 자발보다는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
⑧한남대교가 개설되고 부동산투기가 일었다. 이를 막기 위해 '부동산투기 억제세'를 만들었다. 고율의 세금으로 투기를 막으려고 하면 오히려 부동산 공급의 동결효과로 인해 부동산가격을 인상시켰다. 이때 '실제거래가액 과세'를 도입했으나 제반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부정부패만 키워, 결국 '83년 다시 '기준시가과세'로 전환했다. 이론상으로 틀렸지만 실제는 잘한 것이었다.
⑨고재일 청장은 공정한 인사, 실력 위주 인사로 부정을 상당히 감소시켰고, 공부하는 공무원, 과학적인 근거과세를 확립했다. 가장 큰 업적은 자료상 근절에 큰 성과를 거뒀다.
⑩'77년 부가가치세 도입은 큰 사건이었다. 세수 확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 혼자 결정으로 부가가치세를 도입했으나 이는 역진세여서 시행에 많은 현실문제가 있었다. 시행 당시 일반사업자는 18% 뿐이었다.
⑪조세와 경제정책에 있어 '그것이 적용되는 사회에만 특수하게 존재하는 여건'이 최우선적으로 감안돼야 한다. 즉 현실적 여건과 필요성이 꼭 반영돼야 하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는 실가과세가 이론적으로 맞지만 부정과 부패로 기준시가 과세가 채택될 수밖에 없었다. 서투른 이론만을 고집하여 왜곡된 과세를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⑫바둑의 귀재 조훈현 9단이 순식간에 보는 수를 18급 짜리가 열과 성과 애국심을 가지고 10년을 들여다봐도 볼 수 없다. 이 사회는 그 구석구석까지 실력있는 전문가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
⑬조세제도는 바둑보다 훨씬 어렵다. 조세는 재정·경제·법률·회계·납세자의 행태·시장의 질서·기업의 거래관행·생산공정·수율·국제조세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전문지식을 필요로 한다. 일생을 공부하고 실무에 종사해도 통달하기 어려운 특수분야이다.
⑭파당적 충성심만 강한 사람을 기용해서는 나라의 장래에 큰 손실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 박사님 위의 내용에 상당한 공감이 가지 않습니까? 30년 전의 상황이지만 현재의 우리를 질타하고 있다고 봅니다.
위 저자가 퇴임한 이후는 제가 똑같거나 더 나빠진 사항들을 경험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위의 상황보다 나아진 부분도 있고 악화된 부분도 있습니다. 힘없는 국민이나 근로자들은 그냥 따를 수밖에 없어 납세가 전반적으로 발전한 상태이고 소수의 대재산가나 재벌들은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위의 저자가 말한 전문가의 역할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전문성 없는 섣부른 애국심은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부디 김 박사님께서 올바른 세정개혁을 위한 전문성있는 대안을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인기리에 연재된 '허순강 세무사의X파일-기업세무관리비법'은 29회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