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가장 매너가 나쁜 팀을 지적하라고 한다면 어떤 팀일까?
내기라도 하면서 늦장으로 플레이하는 팀일까? 소리를 지르고 떠들썩한 팀일까?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쉽게는 바로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바로 앞팀이다.
대통령 골프라고 경호목적상으로라도 앞·뒤팀이 없이 여유 있게 플레이하는 경우와는 달리 일반적으로는 앞팀이 플레이를 끝내고 앞으로 나가야 뒤팀이 공을 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앞팀에 게임이 서툰 비기너(Beginner)라도 있어서 이리저리 헤매거나 너무 신중하게 연습 스윙을 여러번 하기도 하고 그린 위에서 퍼팅에 시간이 걸리면, 이를 쳐다보고 있는 뒤팀의 플레이어들은 조바심이 나고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상적인 상황이 눈에 선하지만, 골프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앞팀을 못마땅해 하지만 자신들도 뒤팀에게는 또 앞팀이 돼서 매너나쁜 팀이 되고, 불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앞팀만이 문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저 앞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원인 때문이기도 하고, 또 전체적으로 밀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골프장 측의 임무도 중요한 것이다.
골프장의 플레이가 그러하듯, 우리 모두가 수없이 겪게 되는 도로 교통질서에 있어서도 똑같은 상황을 보게 된다.
러시아워에 자주 밀리고 있는 지역을 지나면서, 운전자들은 바로 앞에 있는 차들(팀들)이 꾸물거려서 교통체증이 있는 듯 짜증을 내기도 하고, 또 새치기(차선 변경)라도 하게 되면 욕을 하고, 클락션을 눌러 대곤 하는 것이다.
저 앞에서 사고가 났거나 다른 원인이 있어도 모두들 가까이에 있는 남의 탓을 하며 자기 본위로 생각하고 있으니 평상시 인품이 있는 사람들도 인상을 찌푸리고 전투적(?)으로 되는 상황이다.
역시 진짜 원인을 찾아 그 해결방안으로 도로를 더 넓히고, 교통시스템을 개선한다든지 하는 구조적(하드웨어) 측면으로 검토되거나, 좀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올바른 운전매너와 빨리빨리하지 않은 편한 마음(소프트웨어)을 가지는 것 등이 두루두루 필요한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 사회에 많은 일들이, 예를 들면 강남 등 특정지역에 특급 과외학원들이 몰려있고 그래서 그 지역의 아파트들의 전세·매매가가 급등한다든가 조기 해외유학 붐이 극성스럽다는 현상들을 지적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양극화를 부추긴다, 또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는 비판들이 있어 왔다.
그러나 그 이전에 공(公)교육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교육개혁에 따라 자주 바뀌는 대학입시제도를 탓하거나 또 너무도 극성스런 교육열의 공과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최근의 바다이야기만 해도 그 많은 오락실 등 성행하던 업소들만을 탓할 것이 아니고, 근본적인 허가제도·상품권제도 등 선행돼 있던 시스템에서 그 문제점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생업(生業)으로 뒤늦게 뛰어들어 피해를 본 선량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니, 그들은 그저 뒤따라가던 바로 앞팀(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조세행정 특히 부가가치세제도에서 세금계산서 등 영수증을 성실히 주고받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조세질서의 밑바탕이 되고 있으며, 골프장 또는 도로 교통질서처럼 사업자들이 물고 물리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예전부터 그 거래 유통과정이 정상화되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는 주류 등과 집단상가 지역에서 의류 등 일부 품목들의 거래 자료가 교통체증이 심하듯 잘못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아직도 세금계산서를 허위·가공으로 수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를 부추기는 전문적인 자료상(資料商)들이 암약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건자재 등 불가피하게 이런 자료들과 관련이 되는 사업자들의 상당수는 비교적 악의가 없는 앞·뒤팀들이다. 이들을 적출해 지도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지만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진원지인 자료상들을 찾아내어 엄중히 처리하는 업무가 더욱 중요한 일이기에 국세청도 이런 조사에 전력을 투입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 사회의 여러가지 현상들을 볼때 앞팀만을 탓하는 근시안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전체를 보면서 근본적인 원인, 정말(매너가) 나쁜 팀(사람들)을 찾아내는 일이 긴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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