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이렇게 소란스러울 수가 없다. 천정부지의 기세로 치솟는 아파트 값에 모두가 한 마디씩하며 열을 올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절반에 가까운 무주택자들의 목소리는 간 데가 없고, 천문학적인 투기수익을 챙긴 사이비 시장론자들의 목소리만이 요란스럽다.
이제 이 땅에는 불쌍한 무주택자들의 침묵을 제대로 살필 줄 아는 사람도, 이들의 절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나라가 온통 네가 더 먹느냐 내가 더 먹느냐 머리끄덩이를 웅켜잡고 싸우는 투기꾼들의 난장판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부동산 대책이라는 것을 여덟번이나 발표를 했다.
원래 한번의 완벽한 발표로 끝냈어야 할 대책이 누더기가 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그 속에는 챙겨야 할 것은 다 들어 있었다.
시장론자의 탈을 쓴 투기세력들은 정부의 발표가 있을 때마다 부정적인 언사와 궤변을 동원하여 정책효과와 국민들의 기대를 반감시켜 왔다.
이러한 그들이 이제는 상승행진이 한도에 이른 것을 깨닫고 세금까지 몽땅 떼어먹고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가증스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2주택이상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규정과 종합부동산세를, 자기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동안 한시적으로 폐지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꽉 막힌 부동산시장의 물꼬를 틀 수가 있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평생을 벌어도 이들이 갖고 있는 아파트 한평 값을 모으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도, 이들은 불과 일이년 사이에 챙긴 수십억원의 투기 수익에 대해 세금마저 한푼도 내지 않고 빠져 나가겠다는 것이다.
많은 돈을 벌은 사람은 많은 세금을 내야 하고, 모든 소득에 대해서는 누구나 세금을 내는 것이 건전한 시장론자들이 신봉하는 조세의 원칙이고 또한 정의의 법칙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대책 자체에는 잘못이 별로 없는데도 실패했다는 것이 양심있는 사람들의 고백이고 보면, 이들의 시장교란이 얼마나 집요했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사실 알고 보면 투기대책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며, 복잡하게 나열하고 자시고 할 것도 별로 없다.
투기에 전용될 위험이 있는 자금을 원천적으로 통제하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의 세제를 강화하면서 적절한 수급정책을 펴나간다면, 시장에 왜곡이 없는 한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렇게 볼때, 정책실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투기자금을 원천적으로 통제하지 못한 데에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참여정부는 정치적인 계산으로 전국에 걸친 개발계획을 남발했고,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자금의 투기시장유입을 차단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기업대출을 회피하는 왜곡된 금융시장을 방관하면서 아파트 담보 대출에만 급급하는 시중은행에 계속 자금을 지원하므로써, 투기세력의 돈가방을 불려줬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에서도 당연히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던 대출자금의 총량규제는 찾아볼 수가 없고, 시중은행을 자극해 대출금리만을 올려놓았다.
둘째는 정책의 일관성 결여와 이로 인한 신뢰성의 상실이다.
현 집권세력이 즐겨 쓰는 선동적 상황논리와 정책의 조변석개는 정치현장에서는 일시적인 성과를 거뒀는지 모르나, 회임기간이 필요한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국민에게 유산과 사산의 고통과 불신만을 안겨줬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는 이미 죽은 시체나 다름없다.
죽은 것으로 치부되는 사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사람이 내놓는 정책이 탁설명책(卓說名策)이라 한들 누가 그것을 믿어주겠는가.
나라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 신뢰를 으뜸으로 여기는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깨달아야 할 대목이다.
셋째로 사이비 시장론자들의 시장교란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쟁의원리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은 실수요자의 자유로운 시장 참여가 보장되고, 가수요나 독점과 같은 왜곡요인이 제거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절대다수의 무주택자와 빈곤한 서민들의 참여가 사실상 완전히 배제되고, 투기세력에 의한 가수요만이 활개치고 있는 작금의 투기판을 과연 자유경쟁원리에 의해 지배되는 공정한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시장은 언제나 공정하고 자애로운 신의 손에 의해 운영되는 천국이 아니며, 예정조화의 오묘한 질서에 따라 저절로 조정되는 낙원도 아니다.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었는데도 절반에 가까운 무주택자들의 소박한 꿈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집값 폭등의 원인이 공급부족에 있다는 주장을 혀끝에 올릴 수가 있단 말인가.
또한 이들은 400조가 넘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갈 곳이 없으니 부동산 투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었는지 잘 모르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 돈 역시 부동산 투기로 긁어모은 돈 일거라고 믿고 있다.
이제 부동산 투기는 정말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우리들의 소중한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킬 의지가 과연 우리에게 있다면, 가진 자와 힘 있는 자가 가난하고 약한 자의 어려운 처지를 돌볼 줄 아는 성숙한 자세를 지금부터라도 길러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 망국적인 투기행위를 뿌리뽑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우리 헌법에 유보된 특단의 조치까지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