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세정! 그 빛나는 이상, 참으로 감동적이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성실하게 납세해 준 국민께 늘 감사하면서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을 마찰없이 조용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따뜻한 세정은 기계적이고 냉혹한 세법 집행으로 세금을 걷기만 하고 부조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정치적 중립마저 의심받던 과거의 권력기관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해 국민과 납세자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도우려는 자세로 납세자가 억울함이나 과중함을 느끼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꺼이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고, 깨끗하고 투명하며 종합적이고 국민의 복지까지 생각하는 서비스기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600년만에 맞이하는 황금돼지 해라서 그런지 신년 들어 사자성어의 인용이 유행되고 있다. 필자도 '따뜻한 세정'의 근원을 추리하기 위해 오우천월(吳牛喘月)이라는 사자성어를 더듬어 본다. '오나라의 소는 달을 보고도 헐떡거린다'라고 풀이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손권(孫權)의 吳나라는 현재의 난징(南京)과 장쑤(江蘇)지역에 근거지를 둔 나라였다. 한여름이면 날씨가 너무나 더워 모든 동식물들이 파김치가 되는 혹서지역이다.
이곳에 사는 소를 오우(吳牛)라 했는데 이놈들은 어찌나 더위를 타는지 한 여름이면 땡볕을 피해 물이나 진흙밭에 들어가 몸을 숨기며 더위를 피하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吳牛喘月이란 강렬한 태양광선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풍자한 성어이다.
부연하면 한여름 강한 땡볕에 시달린 오나라의 소가 밤에 떠오른 달을 보고 태양인 줄 착각하며 지레 겁을 먹는다는 뜻으로 자신이 과거에 당한 피해와 비슷한 상황이 닥칠 경우 자연반사적으로 불안을 느끼게 되는 인간의 심리를 빙자한 말이다.
평생을 국세청에 몸담았고 퇴직 후에도 세무사라는 전업에다 현직 시절부터 출강했던 세법과 세무회계 등 세무학 강의를 23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뇌리에 붙박여 오늘날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사자성어가 바로 吳牛喘月이다. 태양도 아닌 냉기류의 달이 세무공무원이라면 납세의무자는 오나라의 소에 비유되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들은 헌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국민개세주의에 따라 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세요건이 충족될 경우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하지만 피와 땀의 노력으로 벌어드린 수입·소득·재산 등을 덜어내어 직접적이고 개별적인 반대급부나 보상없이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 반가울 리는 없다.
이러한 납세의무자의 세금에 대한 혐오적 심리를 해소해 기꺼운 마음으로 성실납세를 이행케 하는 것은 세금의 행정을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의 몫이다. 따라서 '친절세정'등을 비롯 이 점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역대 국세행정 지표의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간의 정책들은 '등치고 간 빼 먹는다','웃음 속에 비수가 들어 있다','눈 가리고 아웅한다' 는 세간의 비아냥에서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했다.
그러한 와중에서 전군표 청장이 취임전부터 '따뜻한 세정'을 제창했음은 가히 혁명적이다. 이이상 더 좋은 정책은 전무후무하리라는 생각이다. 우뢰와 같은 찬동의 박수로 환영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국세청에서 밝힌 따뜻한 세정의 의미에 대해서는 모두에서 요약했지만 그 실효를 돕기 위해 필자 나름대로 의미를 첨언해 본다.
오늘날의 행정을 서비스 행정 또는 지도 행정이라고 한다. 서비스 행정은 고압적이고 명령적이기 보다는 희생적이고 봉사적으로 수행해 국민이 공감하고 만족을 느끼게 하는 행정을 말한다. 그리고 지도행정은 국민들이 모르고 있거나 부족한 것에 대해 알리고 보완해 줌으로서 위법 부당한 권익침해나 불측의 손해를 방지해 주는 행정을 말한다. 따라서 서비스 행정과 지도 행정은 세무행정에서 한층 더 요구되는 것으로 보아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따뜻한 세정'에는 서비스 행정 차원에서 납세국민이 하여 받을 것이나 이행해야 할 내용과 절차를 몰랐다던지, 지도 행정 차원에서 세무공무원의 소홀 또는 미진 등으로 인해 납세국민이 위법 부당한 과세 또는 불측의 손해를 당했을 때에는 전적으로 '세무공무원의 책임'이라는 의미가 첨가돼야 할 것이다.
실무자의 호응도가 낮거나 책임감이 조화되지 않는 한 따뜻한 세정은 자칫 미사여구로 전락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따뜻한 세정을 찬동하고 흠모하면서 세무공무원에게도 그 의미가 배려됐으면 싶다. '네 설움 제쳐놓고 내 설움 들어보라 한다'던가. 필자는 세무서장후보 교육과장에서 전군표 청장과 함께 우등상을 수상한 인연으로 해서 더욱 존경하고 사숙한다.
다른 한 분은 제2광역시의 지방청장이 됐다. 그러나 필자는 나이에 밀려났다. 나이먹은 순리의 설움이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원하옵건대 정년 때까지는 나이에 따라 전보나 승진에서 제한하지 않았으면 한다.
공무원 사회의 레임덕 현상이라고 해야 할까. 따뜻한 세정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음을 실감한 충정으로 한마디 덧붙인다.
따뜻한 세정! 그 빛나는 이상. 영원히 빛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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