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계장, 빽 한번 써봐" (33)

2007.03.14 09:39:34

창간 41주년 기념 기획연재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


(12) 대영 박물관

 

영국이 거드름을 피우는 또 한가지는 '대영박물관' 때문일 것이다.

 

세계 각 국의 진귀한 유물들을 모조리 싹쓸이해 놓은 것 같다.

 

이집트에서 갖다 놓은 '미이라'. 이것은 숫제 남의 나라 조상님들의 시체를 가져다가 구경거리로 만들어 놓았다.

 

제사는 때맞춰 지내주는지 모르겠다.

 

고대 상형문자를 해독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로제타' 돌맹이.

 

이것도 이집트에서 1797년에 갖고 왔다나.

 

그리스와 로마의 유물관에는 '소크라테스'가 "네 자신을 알라"하며 나그네들을 꾸짖고 있고 '줄리어스 시저'와 '클레오파트라'도 있다.

 

…(중략) Oriental 홀에는 중국관과 함께 붙어 있는 여섯평 남짓한 '한국관'도 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신구들, 여러 점의 고려자기와 탱화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 박물관에 오면 누구나 엄청난 수집품에 놀라고 치밀한 전시에 또 놀라게 된다.

 

자기네들 것은 별로 없는데 대부분 남의 것으로 채우고 나서 '세계 제일의 박물관'이라고 자랑하는가 하면 '인류문명의 전당'이라고 하는 데는 화가 치민다.

 

전시품 중에서 '○○씨 기증' 또는 '○○년 구입'이라는 표시가 없는 것은 모두 훔치고 약탈해 온 것임이 틀림없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걸까? 입장료는 공짜였다.

 

…(중략) 소위 문명(文明)한 나라 또는 선진국이라 부르는 국가는 하나같이 역사를 중시하는 것 같다. 자기의 역사든 남의 역사든 구별하지 않고.

 

'대영박물관'은 파리의 '루브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 중에서 최고로 꼽힌다.

 

(13) 윔블던 테니스대회와 라켓

 

영국에 관한 안내책자를 보면 가볼만한 곳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영국에 있는 동안 가급적이면 그곳을 직접 가보기로 했다.

 

…(중략) 국회의사당, 마담투소관(?), 런던탑, 런던다리 처칠생가 등 여러 곳을 영국에 있는 동안 모두 가봤다.

 

…(중략) 런던탑을 건너와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TV에서 윔블던 테니스 경기대회를 중계하고 있었다.

 

내친 김에 박형과 나는 Wimbledon 테니스 코트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Tower Hill'역에서 지하철 District line을 타고 'Southfields'역에 내리면 된다. 매년 6월 넷째주부터 7월 첫째주까지 열리는 이 대회는 그 명칭이 '全英 Open tennis 선수권대회'이나, 개최지명을 따서 그냥 '윔블던대회'라 부르고 있다.

 

밤 여덟시, 나이트게임이라고 했는데 가보니 아직도 벌건 대낮이다. 이 기간은 제일 날씨가 화창하고 낮의 길이가 제일 긴 때라서 보통 밤 10시까지는 대낮같이 밝다.

 

2파운드 주고 입장권을 구입하고 2층으로 올라갔더니 경비원이 딴 데로 가보란다.

 

우리가 구입한 것은 1층 Ground석 입장권이라서 그냥 서서 보는데 앞사람에 가려 잘 보이질 않았다.

 

어쩐지 입장료가 싸다 했더니….

 

마침 이 대회에서 우승하게 된 서독선수 'B. Becker'가 'H. Pfister'와 예선을 치루고 있었는데 한 게임에 심판이 주심을 포함해 12명이고, 볼보이는 8명이나 투입하고 있었다.

 

…(중략) 테니스 얘기가 나온 김에 테니스 라켓 때문에 창피를 당한 얘기를 한마디 해야겠다. 친구가 영국에 가서 그 당시 국내에서 유행했던 40만원짜리 '프린스 그라 화이트' 라켓을 좀 사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런던에서 제일 크다는 'HARRAD' 백화점을 찾아갔다.

 

한층 전체가 테니스 용품이 진열돼 있었는데 여자점원에게 친구가 적어준 라켓 모델 No를 보여줬더니 몇번이나 나를 쳐다본다.

 

"손님께서 꼭 사겠다면 연락처를 적어주시면 일주일 안으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아가씨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느냐?"고 물었더니 죄송하다면서 그 라켓은 지금 여기에 없다고 했다. 영국에서 제일 크다는 백화점에서 그게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기에도 없다면 내가 찾는 라켓은 영국 어느 곳에서도 없단 말이냐?"라고 물었더니 아가씨는 "그 라켓은 너무 비싸서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준비해 놓지 않았습니다"라고 한다.

 

"손님께서 꼭 사겠다면 연락처를 적어주시면 일주일 안으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아가씨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나는 혼자말로 '자식! 잘 치지도 못하는 놈이 연장은 세계적 부호들만 쓰는 것을 찾으려 하니 참으로 한심한 놈이구나'하고 친구에게 속으로 욕을 해주면서 그곳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귀국해 집 가까이 있는 테니스장에 가봤더니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를 주고 구입했는지 알 수 없으나 세계 최고의 백화점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그 라켓을 불끈 쥐어 잡고 기본기도 잡히지 않은 엉성한 폼으로 테니스를 치고 있는 '꼴통들'을 너무 많이 목격했다.

 

'HARRAD'백화점 아가씨가 2년을 저축해야 겨우 살 수가 있다는 엄청난 것을 너도나도 들고 폼을 잡고 있으니 참 큰일이다.

 

나는 귀국해서 값싸고 품질 좋은 'H회사'의 라켓을 사서 친구 녀석에게 주면서 "네게는 이게 어울려 임마!"하고 충고해 줬다.

 

그리고 나머지 돈은 돌려주지 않았다. 괘씸해서.

 

(14) 2번째 주말에 프랑스 PARIS 행(行)

 

같은 방을 쓰는 3악당(우리 일행들은 우리를 그렇게 불렀다)의 주장대로 두번째 주말은 각자 개별행동을 취하기로 했다.

 

출국할 때에 원장님이 영국가면 노르웨이를 꼭 한번 가보라 하셨다. 노르웨이 남쪽도시 'Bergen'에서 수도인 'Oslo'까지 가는 기차여행은 환상 그 자체라 하신다.

 

거기를 3악당이 가기로 하고 둘째주는 개별행동의 합의를 하는데까지는 성공했는데 막상 여행사에 신청을 하려니 관광시즌이라 석달전에 이미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프랑스로 가는 팀에 합세하기로 했다.

 

…(중략) 영국으로 오는 길에 잠시 들른 경험이 있지만, 항상 보고 싶어 했던 베르사이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을 자세하게 보러 파리로 갔다.

 

영국에서 여객선으로 Dover 해협을 가로질러 프랑스 땅 Calais에 도착해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Paris로.

 

<계속>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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