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부르쉘(Bruxelles)에서 일박
벨기에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엄청난 고난의 역사를 갖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불과 경상남북도를 합친 면적보다도 조금 작은 벨기에는 東으로는 네덜란드, 西로는 프랑스, 南으로 룩셈부르크, 北으로는 독일 사이에 끼어 있다.
땅은 비옥하고 또한 지중해와 북해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서의 매력으로 인해 이를 탐낸 인근 열강들의 각축장이 돼 버렸다.
로마의 '케사르'에게 정복당하기도 하고, 16세기에는 스페인의 통치를 받다가, 프랑스의 나폴레옹에게 밟히고, 네덜란드에 병합되기도 하고, 독일의 히틀러에게 정복돼 꼼짝달싹 못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후에야 비로소 독립한 고난과 쓰라림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워낙 강인하고 정직하며 쾌활한 국민성을 바탕으로 기죽지 않고 노력해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나 되는 부국으로 성장했다.
그들의 원만한 성격과 교통요충지로서의 입지적 조건으로 'EC', 'NATO', '유럽원자력공동체'가 '부르쉘'에 본부를 두고 있는 등 유럽에서 제일 작은 나라지만 세계의 정치, 경제의 중심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중략) 여기에는 여성들이 직접 짠 '레이스'가 유명하고, 벽걸이, 양탄자 등은 세계에서도 알아준다. 대광장 옆으로 좁은 길을 걸어 나와 한 200여미터쯤 지나오니 전설의 소년 '오줌 누는 나체소년'의 작은 동상이 나타난다.…·(후략)
(20) 바보 3종류
(전략)…· 다시 대 광장 주위를 한바퀴 돌아 숙소로 오는 길에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개들은 낯선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데도 힐끔 눈치만 볼 뿐 마치 마약을 먹은 놈같이 멍청한 모습이다.
유럽에는 세 종류의 바보가 있다고 한다.
개와 고양이와 남자들이 그것이다.
개는 분명히 개놈인데 짖지도 못하고 보신탕 꺼리도 못된다.
고양이는 분명 고양이인데 쥐 한마리 못잡고 밥을 안 먹여 주면 굶어 죽는다.
남자는 분명 고추달린 남자인데 부인에게 콱 쥐여 눈치만 슬금슬금 살핀다.
'Andy'와 과정장 'Reid'를 비롯해 내가 만난 남자들 중 십중팔구는 지독한 공처가들 이었다. 퇴근무렵이 되면 사무실 밖 주차장은 남편들을 곧장 집으로 끌고 가려고 대기하고 있는 부인들의 차량들로 꽉 찬다.
일어서서 직접 스윙하는 포즈를 하면서 열차 문쪽을 두리번거리며 이야기하는 그가 측은했다.
집에 가서 그들은 설거지하고, 애기 보고, 밤에 시달리고…·.
그렇게 하고서도 하루에 수백번씩 "I love you!"를 되풀이해야만 겨우 밥을 얻어먹을 수가 있었다.
스코트랜드행 열차에서 만난 Westminster거리 16번지에 산다는 'Bob King'은 그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부인의 눈치를 자주 살핀다.
어쩌다 잘못해 이혼이라도 당하면 갖고 있는 재산 다 빼앗기고 부인이 재혼할 때까지 생활비를 대줘야 한단다. 나쁜 여자는 남자친구와 같이 살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전 남편과 현 동거남의 양쪽 주머니를 축내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단다.
"그러면 King 당신은 Wife에 대한 stress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라고 물어봤더니 대답 한번 걸작이다.
"골프장에 가서 골프공을 마누라 얼굴로 생각하고 그냥 탁! 힘껏 휘둘러 친다."
일어서서 직접 스윙하는 포즈를 하면서 열차 문쪽을 두리번거리며 이야기하는 그가 측은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참으로 다행으로 생각했다.
[필자 註]
이태리 로마관광은 교육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들른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콜로세움, 트레비분수,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 박물관, 스페인광장, 그리고 나폴리와 폼페이를 관광했으며 그다음 코스는 스위스 취리히(Zurich)로 가서 알프스 산을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프랑스 파리로 와서 KAL을 타고 귀국했습니다. 기행문의 중간 중간 인상 깊었던 부분만 발췌해 싣겠습니다.
(21) 로마(Rome)
유럽여행에서 지켜야 할 불문율(不文律) 같은 게 있다. 그것은 관광코스를 '런던-파리-로마-스위스' 순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런던'의 웅장하고 중후한 회색빛 유적은 '파리'에 오면서 엄청난 조화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 옛 건물들을 만나면서 잊혀져 간다.
그리고 '로마'에 와보면 상상을 초월한 인간의 능력으로 만들어 놓은 건축물과 엄청난 유적을 보면 파리의 그것은 별것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또 스위스에 가서 알프스 산을 보면 인간의 능력이 자연과는 도저히 비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도시마다 나름대로 특색이 있지만, 역순(逆順)으로 올라가면 정말 재미없을 것 같다.
…·(중략) 홍씨가 경영하는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어둠이 내린 로마시내를 한바퀴 돌아 앞으로 3일간 투숙할 호텔, 'Princess Palace'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