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계장, 빽 한번 써봐" (37)

2007.03.29 08:29:21

창간 41주년 기념 기획연재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


밤의 로마는 우리 같은 낯선 사람에게는 잠자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했다. 밤에 잘못 나갔다가는 불량배들에게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란다. 특히 여자분들은 밤이나 낮이나 조심하라는 홍씨의 당부이다.

 

불란서 녀석들이 여자 꼬시는 솜씨는 정평이 나 있는데 이태리 녀석들 앞에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란다.

 

그들의 체구는 우리와 비슷한데 뚜렷한 이목구비(耳目口鼻)는 마치 움직이는 대리석 조각같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들의 몸짓과 미소속에 수많은 꾀와 잔재주, 게으름과 사기성 등 많은 단점을 감추고 있을 것만 같다. …(후략)

 

(22) 고적지, 유적지

 

(전략)…. 현대와 고대가 함께 어우러진 이곳, 무엇이 유물이며, 유적이며, 무엇이 골동품이고, 고적지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어떤 것은 원형 그대로 보존해 있는가 하면, 저기 보이는 대리석 돌기둥처럼 대부분 허물고 부서지고 뜯긴 채 남아있다.

 

발길에 채이는 돌조각 하나도 유물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세계의 도시 가운데 로마는 지하철 공사나 재건축은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옛날 배수구 뚜껑이었던 도깨비 흉상 조각을 산타마리아 교회 벽에 붙여놓고 '진실의 입'이라 하면서 관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평소에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흉상의 입에 손을 넣으면 손가락을 잘라먹는다는 전설이 있다.

 

모두들 손 넣기를 주저하고 있는데 나는 한치도 주저함이 없이 왼손, 오른손을 번갈아 넣어봤다. 지금까지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보면 나의 진실성을 로마가 입증한 셈이다.

 

'칼라카스 목욕탕'은 그 시설규모가 엄청났다. 2천여년전, 뚱보 아저씨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향락의 때를 씻어내던 거대한 대리석 욕조를 비롯해 휴게실이 잘 갖춰져 있다.

 

그 길로 계속 올라가면 '성 칼리스토' 지하공동묘지가 고대인들의 시체를 보관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Biglietto Dyngresso'라고 뜻 모를 글씨가 새겨진 동굴입구를 지나 계속 내려가니 컴컴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수백갈래의 미로로 돼 자칫 앞사람을 놓치면 자동으로 공동묘지에 안장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바짝 따라오라고 가이드가 당부한다.

 

아마도 북한의 지하땅굴 파는 기술은 여기서 배워간 것 같았다.

 

…(중략) 거대한 원형경기장 '콜로세움'과 '칼라카스 목욕탕' 그리고 지하공동묘지, '성 칼리스토' 등등 대부분의 유적들은 고대 로마 귀족들의 횡포와 향락과 잔인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폭군 '네로'시절에는 1년 365일 중에서 무려 270일을 공휴일로 정해 놓고 먹고, 마시며, 즐기다가 죽고, 죽이고….

 

공동묘지는 향락의 부산물인 시체를 보관하는 지하창고인 샘이다.

 

…(중략) 대통령 관저를 지나 왼쪽 골목길을 계속 내려가면 '애천 분수' 라고 불리는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가 나타난다.

 

저마다 분수를 등지고 동전을 던져댄다.

 

이 분수에 동전을 한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되고, 두번을 던지면 세계일주를, 세번을 던지면 예쁜 로마여자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네번을 던지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쉽게 헤어져 고국에 있는 집을 돌아갈 수가 있다나.

 

…(중략) 나도, 세계일주도 하고 로마여자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세 번씩이나 동전을 던져 넣었다.

 

예쁜 눈을 반짝거리며 내게로 다가오는 아가씨가 있었다. 어쩌고 저쩌고 무슨 말을 내게 하고 있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전설(傳說)이 현실(現實)화 되기까지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예쁜 눈을 반짝거리며 내게로 다가오는 아가씨가 있었다. 어쩌고 저쩌고 무슨 말을 내게 하고 있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때 가이드 홍씨가 달려오더니 그냥 그 아가씨의 뺨을 후려치는 것이 아닌가? 저런 아랍 여자는 모두 소매치기이기 때문에 무조건 과격하게 대하지 않으면 종일 따라다닌다고 했다.

 

어찌 됐던 여자를 만났으니 세개의 동전을 투자한 효과는 봤다.

 

로마에서의 유적지 발굴작업은 지표면만 발굴할 것인가? 아니면 지하까지도 할 것인가? 지하 몇미터까지만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지 밑도 끝도 없다고 했다.

 

…(중략) 올림포스 신(神)을 제사지내기 위해 서기 130년에 건립된 '판테온

 

(Pantheon)'의 건축기술은 오늘날도 못 따라갈 것 같았다.

 

(23)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 시국(市國)은 면적 0.44㎞, 인구는 약 천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권국가이다. 국민주권이 아니라, 교황주권국이다.

 

'66년에 우리나라와 국교를 맺었단다.

 

이곳에는, 30개의 거리와 광장이 있고, 50개의 궁전과 8개의 큰 계단, 200여개의 작은 계단, 1만1천개의 방, 두개의 교회, 그리고 사진관과 2개의 형무소, 방송국, 철도역, 인쇄소, 구두방, 약국, 병원, 수퍼마켓, 술집도 있다.

 

…(중략) 1506년 교황이 당대의 건축가 '부라만테'에게 명해 건축을 시작하고, 라파엘과 베르레, 산갈로, 미켈란젤로, 볼타, 폰타나 등을 거쳐 1626년에야 완성된 세계 최대의 성당이다.

 

길이 186m나 되는 성당 내부는 호화와 장엄의 극치를 이루며, 132.5m 의 높이를 자랑하는 중심부의 대형 돔은 미켈란젤로가 80세란 고령에도 불구하고 설계하는데 만 4년이 걸린 희대의 걸작이다.

 

…(중략) 오른쪽 벽면에는 청동으로 조각한 '베드로'의 동상이 서 있다. 베드로 동상의 발가락을 만지면 축복을 받는다는 믿음 때문에 길게 줄을 서서 저마다 한번씩 어루만지고 지나간다.

 

그래서 발가락이 반짝반짝 윤이 났다.

 

…(중략) 광장에 있는 분수대에서 나오는 수돗물로 목을 축이고 나서 광장 우측의 대형 대리석 기둥숲을 지나니 작은 선물가게가 있었다. 그 가게에서 70이 넘은 할머니가 각종 성물과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무려 30여 개국의 말을 할 수 있단다.

 

한국말도 할 줄 아느냐는 나의 질문에 대뜸 "이거 안 비쌉니다. 진짜입니다. 빨리빨리".

 

정말 배워도 고약한 것만 배워 갖고 있었다. …(후략)

 

<계속>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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