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가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거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포상 수상자와 가족, 국세청·관세청 공무원 등 1천여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했고 유명 영화배우와 아나운서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잘 차려놓은 잔칫상을 두고 행사는 1시간여만에 끝나버렸고, 수상자로 선정된 규모있는 기업인들 외 정작 잔치의 주인공인 납세자들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잔칫상의 규모만 컸을 뿐, 잔치의 구색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납세자의 날' 행사는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 준 납세자의 명예를 드높이고 국민적 납세의식을 증진시키기 위해 마련한 기념행사다.
따라서 "시민납세자가 모두 빠진 행사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한 한 공무원의 말을 곱씹어볼만하다.
지난 2007년 처음 납세자의 날 행사를 도입한 서울시도 최근 모범납세자를 선정, 발표했다.
국세청보다 무려 130배 이상 많은 22만2천여명의 모범납세자를 뽑았다.
고액의 납세자뿐만 아니라 중산층의 납세자도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면 사회적 존경과 우대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는 이처럼 '통큰 잔칫상'을 매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범납세자들에 대한 혜택은 국세청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모범납세자가 시금고에서 대출시 최대 0.5%의 금리 인하해 주는 반면 국세청은 0.3%에 그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서울시가 시금고인 우리은행과 수차례 협상을 통해 0.5% 금리 인하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모범납세자들에게 더 큰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목표로 우리은행, 서울신용보증재단 등과 새로운 '결합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역시 모범납세자, 특히 중산층 납세자의 납세의식을 배가하기 위한 조치다.
국세청은 지난 1966년 발족한 뒤 이듬해부터 개청일인 3월 3일을 납세자의 날로 못박았다.
하지만 주인공 없는 축제가 이어지면서 행사의 의미는 갈수록 퇴색돼 가고 있다.
이제 납세자의 날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모범납세자의 개념을 새로 정립해야 하고 수상자 선정기준도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국세청은 매년 변화없이 잔칫상을 차려내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주인공, 납세자를 위한 축제로 거듭나는 '납세자의 날'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