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갑의질서-6]'김영란법' 법조비리 근절 출발점 되나

2016.09.02 09:23:00

"애초에 부정청탁 기회 없어졌다"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아온 법조계가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란법 시행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애초에 부정청탁의 기회를 없애고 법조계의 건전한 만남을 양성화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간 법조계는 부정청탁의 출발점인 전관예우의 진앙으로 여겨졌다. 김영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이 법의 필요성을 역설한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저서 '이제는 누군가 해야할 이야기'에서 김영란법을 만들게 된 계기로 판사시절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판사들이 친한 변호사들에게 밥을 얻어먹었을 뿐만 아니라 '뒷돈' 마냥 밥값을 따로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판사시절 초기부터 어떤 명목으로든 돈을 못 받도록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책에 썼다.

사실 전관 변호사들이 후배 검사, 판사를 만나는 과정은 위법과 합법의 경계를 아슬아슬 넘나든다. 합법적인 변론도 있지만 친분관계, 선후배 관계를 이용한 부정한 청탁이 오가는게 현실이다.

김영란법은 그러나 애초에 청탁의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만남 자체를 경계하게 한다는 점에서 법조계 비리 척결에 긍정적 작용을 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아선 안된다.

다만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은 3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3만원 이하라 해도 해당 목적을 벗어나면 김영란법 위반이다.

선후배 관계, 연수원 동기 등 연고를 방패삼았지만 부정한 청탁이 잠재돼 있던 만남 자체가 금지되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선배가 후배 밥 한끼 사준다고 부르는 자리에 안 나갈 수도 없고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오히려 직무 연관성이 애매한 경우에도 만남을 거절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직무 연관성이 없고 김영란법 기준을 맞춘다면 오히려 판사와 검사가 변호사를 포함한 외부인들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부정한 청탁이 있을 수 없는 건전한 만남을 장려한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접대가 다 뇌물이 아니고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공무원도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들어봐야한다. 외국 법조계 같은 경우 판사, 검사, 변호사의 접촉은 상당 부분 허용된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직무 관련성의 기준과 법 시행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다.

직무 관련성을 뚜렷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만남을 자제해야하는 것이 법조인들에게 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전반적인 부정부패 지수가 낮아질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변호사, 판사, 검사 구분없이 친하게 지냈는데 이제 아예 구분짓게 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서채규 기자 se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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