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대표의 도덕불감증

2003.10.16 00:00:00


"회계법인에 취업하기 위해 S회계법인에서 면접을 보았는데, 회사(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에 대해 감사와 다르게 조건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하길래 '원칙에 따라 소신대로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올해 제38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최종 합격한 새내기 공인회계사가 회계법인에서 실시한 면접을 보고 난 후 밝힌 내용이다. 이 회계법인이 어떠한 의도에서 이러한 질문을 던졌는지 모르지만, 회사가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원칙적인 감사를 실시할 의지를 갖고 있느냐를 테스트하는 긍정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회계법인의 대표자들이 면접때 던진 질문과 최근 국감장에서의 답변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올초 열린 국회 정무위의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우리나라 굴지의 회계법인인 삼일과 영화회계법인의 대표들은 장기 감사가 결국 회사와 유착돼 회계감사의 투명성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장기감사가 반드시 분식회계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그들은 세계 유수의 석유회사가 '77년간 감사를 한 사례를 들며 장기감사의 긍정적인 면만을 옹호했다.

회계법인들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그동안 회계업계의 관행이나 회계감사를 실시하는 해당 공인회계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장기 감사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분식회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사만 제대로 한다면 오히려 장기 감사가 그 회사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 오히려 유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회계 관행상 상장기업이나 등록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분식회계를 해야 하는 입장이고, 장기간 감사를 하다보면, 기업과 회계법인간 유착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밖에 없게 된다. 감사업무와 동시에 컨설팅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회사의 요구를 회계법인이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제 막 의욕적으로 새 출발하는 새내기 공인회계사들의 경제정의 실현의지는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면서도 이를 개선하지 못하는 회계법인 대표들의 사고전환이 없는 한 꺾일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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