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세법·세정·세무 분야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10)

2024.03.15 07:30:00

상속세 과세제도의 도입 및 변천과 그 과세방식 및 제도 존폐론

 

한국세정신문은 창간 58주년을 맞아 조세법학계 거목에게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후일담을 듣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대학 세무학과의 출범, 종합소득세제 및 부가가치세제 뒷얘기, 국립세무대학 출범과 폐지, 자료상,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세무사시험제도, 상증세, 세무행정, 지방세, 변호사와 회계사·세무사 등 조세 역사 주요 사건에 얽힌 뒷얘기를 반추하며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지향점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이에 우리나라 세무회계학 및 조세법학의 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다한 송쌍종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로부터 '세법·세정·세무 분야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편집자 주>

 

개인이 자기 노력으로 돈을 벌면 소득세(특히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리고 법인(혹은 법인으로 간주되는 단체)이 사업으로 돈을 벌면 법인세를 내는 문제가 뒤따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살아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어떤 단체로부터 공짜로 많은 돈을 대가 없이 증여받게 되면 증여세가 문제된다. 또한 살아있는 사람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으로부터 그의 사망을 계기로 대가 없이 재산을 물려받게 되면 상속세가 따라온다. 이 밖에도 수많은 세금제도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이와 같이 상당히 촘촘한 구조로 세금문제가 얽혀있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 인간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와는 달리 북한의 경우에는 김일성정권 때에 세금을 전부 없애버렸다고 한다. 그러므로 전체주의의 나라인 북한의 무역회사들은 예외없이 국영기업이며, 그 수익은 모두 정부 것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위 여러 가지 세금 가운데 우리나라 상속세에 국한하여 그 법제의 생성과정과 과세방식 및 상속세제의 존폐론을 체계없이 쉬운 얘기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상속세제의 생성과정을 보기로 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바로는 조선시대까지에는 상속세라는 개념이 없었다. 토지의 경작으로 말미암은 농산물의 수확에 대한 토지세와 각종의 특산물(품)에 대한 과세 등이 있을 뿐이었다. 한마디로 비교적 단조로운 조세제도였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에 들어선 다음에 일본정부는 그 본토에서 과세하는 제도의 일부를 그대로 한반도에 차용하여 시행하는 방식을 택한 바에 따라 우리 한반도에 근대적인 과세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상속세에 관하여는 당초에 조선총독부령이라는 형식을 빌어 ‘조선상속세령(朝鮮相續稅令)’을 공포시행하였다. 이는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는 조선소득세령이나 조선사업세령과 같은 형식의 법제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선증여세령’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 이유는 증여세라는 독립 세목이 일본 본토에서도 아직 개발되지 아니하였으며, 가족 간의 증여분 등을 상속재산에 합산하여야 한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증재산(遺贈財産/ 상속인의 유언에 따라 무상으로 물려받는 재산)이나 사인증여재산(事因贈與財産/ 사전의 증여계약이 있었지만 증여자의 사망에 따라 비로소 효력이 발생토록 하는 증여 즉 사인증여계약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재산)이 상속세가 과세되는 상속재산의 일부로 합산되도록 하는 것은 위 조선상속세령이나 오늘날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있어서나 마찬가지이다. 


조선상속세령은 1934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 있어서의 상속세 과세는 한일합방(1910)이 이루어진 후로도 20년 이상이 지난 다음의 일이라는 얘기이다. 이는 조선소득세령이 도입시행된 1920.8.1.보다도 훨씬 나중의 일인 셈이다. 이처럼 상속세 과세가 한반도에서 비교적 느지막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까닭은 한일합방 직후에는 한반도에 기업다운 기업이 별로 없었기도 하고, 부동산 등의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재산가도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나 짐작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상속제도를 잠깐 살펴본 필요가 있겠다. 우리나라는 “동양에서 가장 개방적인 전통을 가졌었다. 18세기만 해도 딸에게 아들과 똑같은 비율로 재산을 물려주도록 했으며, 수양아들이나 수양딸까지 상속인이 될 수 있었다. 당시 딸에게 상속을 인정한 국가는 아시아에서 베트남과 우리나라 뿐이었으며, 중국은 남송시대(南宋時代)에 잠시 허용되었을 뿐이었다. 이후 유교적 가족제도가 강화되면서 우리도 장자(長子)를 우대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아들 딸의 차별도 생겨났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유산이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므로 자손들에게 넘겨야 하며 남에게 주는 것은 불효라는 생각이었다. 오늘날에도 같다. 이는 혈연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와 자신의 가족만 잘살면 된다는 가족이기주의 탓이다.”(동아일보 1997.5.24. 1면 횡설수설)


1945.8.15.의 광복 후에는 미군정 아래에서 일제강점기의 조세제도를 그대로 차입하는 방식으로 과세가 시행되었으므로, 상속세가 독립세목으로 과세되는 가운데 증여세는 별도로 과세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한민국 정부에 의하여 상속세법(相續稅法)이 1950.3.22.자로 처음 입법되면서 증여세법(贈與稅法)도 같은 해 1950.4.8.자로 따로 처음으로 입법되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상속세법과 증여세법이 이원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증여세법상의 증여세 과세에 관한 규정이 몽땅 상속세법에 옮겨져 추가적으로 규정되었다(상속세법 제29조의 2 이하). 이는 1996.12.28.자의 상속세법 전부개정의 입법이었다. 이 최후의 상속세법은 그 명칭이 다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라는 식으로 다소 어색한 표현으로 바뀜과 동시에 법률의 전체가 전부개정의 입법형식으로 개편되어(2014.1.1.)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음으로 상속세의 이론적인 과세방식을 보기로 한다. 이에 관하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대비된다. 그 하나는 유산과세방식(遺産課稅方式/ taxation method on bequest)이라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피상속인(사망자)의 유산 즉 상속재산의 전부를 하나의 과세대상으로 고려하여 그 전체 상속세액을 먼저 계산한 다음 상속인 각자의 세부담은 상속인끼리 적절히 나누도록 하는 과세방식이다. 미국과 영국 및 캐나다 등의 나라들이 여전히 이 과세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현재까지 줄곧 이 과세방식에 따라 상속세가 과세되고 있다.


이 유산과세방식은 여러 상속인 각자에게 귀속되는 유산의 분배상황에 따라 세액의 크기가 좌우되지 않는 것이 특색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피상속인의 생전에 생긴 과세탈루분이 한꺼번에 청산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매우 적합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생전탈세를 보완하는 기능이 있다는 상속세 과세논리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주장되어 왔다. 다만 재벌급 자산가들의 재산관리를 위한 주된 대상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바뀐 1970년대 이후로는 그러한 보완기능도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탈세작전을 적극적으로 펼친 나머지 상당한 조세탈루를 도모한 바 있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의 초창기 재벌급 총수(예 OO그룹의 이XX 회장)들 대다수가 세상을 타계하는 가운데 우리가 놀랄 정도의 액수로 상속세를 과세하는 일이 지난 십여년간 줄줄이 계속되어 왔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유산과세방식은 또한 과세절차의 집행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를테면 국세청의 상속세조사는 사망한 당사자 한 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므로, 그 조사의 범위가 좁혀지는 특성이 있는 것이다. 이는 상속인 각자의 상속지분을 따로따로 조사하는 방법에 비하여 훨씬 간단한 조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둘은 유산취득과세방식(遺産取得課稅方式/ taxation method on legatee)이라는 것이다. 이는 상속과 더불어 상속인이 된 각자의 상속분을 각자별로 따로 계산한 다음 그 각자에게 따로따로 세율을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상속인 개인별로 세액계산을 하는 방식이므로 여러 번의 상속세 계산이 필요하지만, 유산 취득자 각자의 담세력에 대응하는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부(富)의 집중억제에 효과적이라는 등의 장점을 지닌다. 일본과 독일 및 프랑스 등의 상속세 과세는 이러한 유산취득과세방식에 따르고 있다고 한다.


이론상의 관점에서는 이 과세방식에 장점도 많으며, 상당히 합리적이다. 특히 요즈음으로서는 전산제도의 발달과 더불어 계좌추적 등이 용이하므로, 자못 선진적인 과세제도라고도 평가할 수 있는 유산취득과세방식으로 전환할 만한 시기가 도래하였다는 논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필자로서는 논의의 중간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아직은 과도기에 처하여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상속인 각자를 조사대상으로 삼기에는 여러 가지로 준비가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국세청의 역량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빛 법인세 등 3대 세목에 집중하기에도 힘에 부치고, 전문인력의 양성에 있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놓여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작년 2023년에 세법 개정작업의 하나로 정부당국이 상속세의 유산취득과세방식으로의 전환을 꾀한 바 있다고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 작업은 마지막에 보류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이를 위하여 아직은 좀더 많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논의는 계속할 필요가 있겠으며, 실효성이 있는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 준비기간이 되어야 하며, 실제의 제도전환을 위한 입법은 다음 정부의 첫해쯤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상속세제도의 존폐론을 보기로 한다. 상속세를 아예 없애버리자는 것이 상속세 폐지론이다. 스웨덴,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은 상속세제도를 폐지한 나라들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폐지론의 주장이 수면 위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주장과 그 부담폭을 크게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 및 가업상속(家業相續)이 이루어질 경우에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무성할 뿐이다. 이들 전부에 대하여 필자는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앞으로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속세 폐지론에 대하여는 상당히 먼 장래의 일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하에서는 참고로 미국의 상속세 폐지 반대사건에 관한 논평 하나를 소개하기로 한다. “‘책임있는 부자(Responsible Wealth)’라는 단체가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과 그의 아버지,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금융의 연금술사’라는 조지 소로스, 석유왕 록펠러의 후손인 데이비드 록펠러 시니어, CNN 창업자인 테드 터너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거부들이 망라돼 있다. 이 단체에 소속된 100여명의 거부들이 지난 2001년 5월 뉴욕 타임스에 부시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광고를 내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그들은 예상 밖으로 상속세의 폐지나 감면이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세수 감소는 결국 사회복지비용의 축소로 이어져 이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상속세가 없어지면 세금을 피하려고 부자들이 내는 기부금이 줄어들어 기부문화도 타격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원에서 통과한 법안이 이들의 반대에 영향받았음인지 상원에서 거부돼 일단락됐지만, 우리나라 재계의 상속세 폐지요구와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경향신문 2004.5.4. 여적 윤흥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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