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세법·세정·세무 분야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14)

2024.06.28 11:30:01

세무사와 한국세무사회 및 공인회계사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비교

 

한국세정신문은 창간 58주년을 맞아 조세법학계 거목에게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후일담을 듣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대학 세무학과의 출범, 종합소득세제 및 부가가치세제 뒷얘기, 국립세무대학 출범과 폐지, 자료상,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세무사시험제도, 상증세, 세무행정, 지방세, 변호사와 회계사·세무사 등 조세 역사 주요 사건에 얽힌 뒷얘기를 반추하며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지향점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이에 우리나라 세무회계학 및 조세법학의 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다한 송쌍종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로부터 '세법·세정·세무 분야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세무사회(이하 간단히 ‘세무사회’라 한다)의 홈페이지를 검색하면,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게 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함’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러한 세무사들이 모인 단체인 세무사회는 1961.9.9.자로 제정된 ‘세무사법’(법률 제712호)을 근거로 1962.2.10.자로 창립된 단체라고 검색된다. 그런데 이는 당초에 ‘사단법인’이라는 명칭이 사용된 법인인 단체로 출범하지 아니하였으므로, 2024년 현재에도 형식적으로는 법인인 단체가 아니다. 하지만 그 활동내용은 법인인 단체인 것처럼 운용되고 있다. 필자가 이 단체의 이사로 선임되어 있었던 1973년으로 기억되는데, 그 무렵 사단법인으로 바꾸자는 내부적인 논의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로 복잡한 법률문제와 막대한 비용문제가 있어 그러한 논의는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이 세무사회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간단히 ‘공인회계사회’라 한다)와 비교된다. 그 홈페이지를 검색하면, ‘공인회계사는 기업회계의 감시자로서 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고 이해관계자를 보호하며, 세무대리인으로서 정부의 조세정책에 협력하고 납세자의 권익을 신장시키고, 경영자문가로서 기업의 가치를 증진시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돕는 전문가’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러한 공인회계사들이 모인 단체인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원래 1945.10.(일자 미상) 제정된 계리사법에 의거하여 1954.12.11. 한국계리사회로 발족하였다가, 1966.11.19.에 새로운 공인회계사법에 의거하여 한국공인회계사회로 재발족하였다. 이 공인회계사법에는 공인회계사회를 법인으로 한다는 규정이 들어가 있다.


위에서 본 세무사와 공인회계사 둘을 비교하면 헛갈리기 쉽다. 특히 공인회계사를 ‘세무대리인’이라고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 점과 관련하여 세무사회와 공인회계사회 사이의 분쟁이 일기도 한 바 있다. 이를테면 공인회계사회에 등록한 공인회계사가 세무사회에는 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세무사라는 이름으로 세무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가 문제되었다. 그 때에는  공인회계사회의 등록회원이 세무사회에도 등록을 하고서 세무사업무를 내세우는 예가 있었는가 하면, 그러한 등록이 없이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둘 다 명함 등에서 밝히는 예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관하여 확실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기도 하였다. 그 결과 1990.1.1.부터는 법이 바뀌어 공인회계사 자격증으로 세무사회에 등록을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2024년 현재의 세무사회라는 조직은 1만6천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리는 큰 단체이다. 그런가 하면 공인회계사회라는 조직은 2만5천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리는 더 큰 단체이다.  급속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이들 둘의 회원 수는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급과잉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김대중정부 때에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던 어느 관계고위인사가 매년 공인회계사 합격자 약 1천명씩과 세무사 합격자 약 700명씩을 배출하도록 합격자수를 크게 늘리는 방침을 고집한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필자가 공인회계사회의 당시 회장이던 고(故) 신찬수 회계사로부터 직접 들었던 얘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매년 1천명의 합격자를 배출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평소에 친구라서 자주 만나던 위 관계인사에게 당시의 공인회계사 사무실을 모두 전수조사한 결과 합격자의 현장실습을 위하여 모든 회계사 사무실에서 빈 책상을 새로 내어놓을 수 있는 여백은 600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므로, 이 수에 맞추어 600명을 합격자의 상한으로 하여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1천명을 고집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힘있는 인사가 고집을 부리면 무리한 일이 가끔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모습을 ‘후진국현상’의 예라고 필자는 평가한다.


그런데 공인회계사의 경우에는 회계투명성의 실현을 모토(motto)로 하여 주로 중견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의 회계감사(‘회계의 기록이 절차나 원칙에 어긋남이 있는가의 여부를 작성자 이외의 사람이 검토․조사하는 일’)를 행하는 것이 주업무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집단을 이루어 업무가 진행할 수밖에 없다. 바꾸어 말하면 개인중소기업에 대하여 회계감사가 이루어지는 예는 별로 없다. 이런 이유로 회계법인이 잉여합격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이밖에 경영분석(‘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따위의 재무제표를 자료로 기업의 경영상태를 분석․판단하는 일’)과 같은 확장된 업무를 개척하는 예도 가능하다. 


다음으로 공인회계사시험은 그 응시자격을 정상적으로 대학교육을 받은 자에 한정하는 것으로 당초부터 제도가 설계되어 있었다. 그 시험과목도 4년제 대학에서 정규과목으로 공부하는 교과목들과 대부분이 일치한다. 그 시험관리를 담당하는 기관도 금융감독원이라는 힘이 있는 정부기관 내지 국가기관이다. 다만 공인회계사시험 중에 제3차시험이 들어있었던 과거에는 세무회계과목이 독립과목으로서 주관식으로 출제되었으므로, 공인회계사의 세무회계에 관한 기본실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제3차시험이 없어진 현재로서 공인회계사회 의 공식 홈페이지에 공인회계사가 ‘세무대리인으로서 정부의 조세정책에 협력’한다고 설명하는 내용이 적절한가에 관하여는 의문의 여지가 남게 된다. 왜냐하면 세무대리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필수적인 세무회계 분야는 과거에 널리 쓰였던 ‘2급부기’라는 자격 이상의 회계분야의 소양이 있는 토대 위에 세법의 실력기반이 갖추어진 경우에만 이겨낼 수 있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인회계사시험과는 달리 지금도 매년 합격자를 700명 정도씩 배출하는 세무사시험의 경우에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양산을 한다는 점은 공인회계사의 경우와 비슷하다. 다만 세무사의 경우에는 소기업을 위한 기장대리가 그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넘쳐흐르는 세무사들로 말미암아 덤핑과 담합이 이루어지는 결과 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세무사시험은 당초부터 학력에는 제한이 없는 것으로 출발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아무나 치를 수 있는 시험으로 오인되기도 하였으며, 시험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 점에 관하여 국가적인 차원에서 모종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너무 오래된 관행을 깨기가 쉽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영어가 들어 있었으며, 현재로서는 재정학이나 상법과 같은 대학 교과목이 들어 있게도 되었으므로, 시험 자체가 가볍게 여겨지는 경향은 많이 시정되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시험제도가 제1차시험과 제2차시험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과 제1차시험은 객관식으로 출제되면서 제2차시험은 주관식으로 출제된다는 사실은 피상적으로 볼 때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2차시험에서의 출제경향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다만 출제과목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자못 수긍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시험과목이 현재처럼 다양화되기 전에는 수험생들이 오히려 기본서(예 대학교재와 같은 내용의 교과서)를 읽으면서 또한 조세법전을 들추면서 공부하였었다. 현재는 반대로 기본서를 읽지 않으면서 조세법전도 들추지 않는다. 이것은 대학입시를 위하여 학교공부를 소홀히 하면서 입시학원만을 살찌우는 현상과 비교된다. 이는 세무사시험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강의만을 선호한다는 의미와 같다. 그 결과 세무사시험의 합격증을 가진 젊은 자격자를 채용하여 일을 덜고자 하는 나이든 세무사들이 희망자와 인터뷰를 마치고서는 실망했다는 푸념을 하는 예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사례 중심으로 출제를 하므로 학원가의 예상문제만을 공부하면 된다는 이유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 아닐까 생각되며, 결과적으로 세무사의 자질을 떨어뜨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위의 문제는 세무사시험의 관리업무가 세무공무원교육원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된 때부터 싹터온 것이다. 우선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가가 의문이다. 어느 해인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그 해 제1차시험 때에 항상 그랬듯이 전날 밤 호텔방에서 경인쇄업자를 데려다가 인쇄를 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이른바 컨닝을 방지하기 위하여 같은 문제의 정답 ①②③④⑤문항을 각기 다르게 배열하여 인쇄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도중에 인쇄판지 한 장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그 사실을 모르는 인쇄공이 숙직실에서 대기하는 공무원에게 묻지 않고 옆의 인쇄가 끝난 판지를 오려붙여 인쇄를 해버렸다고 한다. 시험 당일의 시험시간에 수험생들이 이의제기를 하자 그 오류사실이 밝혀져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벌어 졌었다. 그 결과 세무공무원 원장은 면직을 당하였고, 그 후 시험관리를 소리소문 없이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하게 되었다. 이 공단은 국가시험 450여종을 관리하는 국가기관이다. 그들에게 세무사시험은 1/450여종의 비중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관에 세무사시험을 이해하는 직원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이처럼 세무사시험은 홀대받고 있으므로, 위에서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인가 나라의 장래를 위한 세무사시험 관리의 문제를 재검토하여야 할 일이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2차 시험의 주관식 출제는 과거처럼 기본서를 읽고 세법전을 들추는 시험공부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마땅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세무사회는 근자에 와서 많은 발전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 하나만 있던 회가 ‘본회’로 바뀌면서 1974년12월14일 부산지방세무사회 및 대구지방세무사회를 설립한 후로 현재는 7개(서울 중부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의 지방세무사회를 둔 거대조직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세무사회가 현재의 조직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든 공신들이 있었음을 여기에 이야기로 남기고자 한다. 이 때의 회장은 제7~9대(1973~1979)를 맡았던 최기덕 회장이었다. 필자는 학원(대한경리학원)에서 세무사반 전과목의 단독 강의를 계속하면서 상법 석사학위논문을 바탕으로 자동 세무사자격을 얻었다(등록번호 649번)(이 자동자격제도는 1972.12.8.자로 없어졌다). 이 당시에 제5~6대 회장을 지내신 황중률 회장은 최기덕 세무사를 염두에 두고서 후임 회장 출마를 권유를 하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소문이 내귀에 들어 왔다. 마침 최 세무사는 내가 주로 원고를 쓴 “개인업체의 세무백과”라는 커다란 책을 공저로 낸 공저자이므로, 잘 아는 사이였다. 그 때 나의 강의를 듣고 갓 합격들을 하신 환갑나이인 김재호 세무사와 50세 가까운 이평연 세무사 두 분을 움직였다. 셋이서 서울 을지로의 어느 골목 식당에서 저녁을 나누며 우리가 도와드릴테니 회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회장을 맡으시라고 간곡히 권유드렸다. 그 결과 최 세무사는 제7대 회장이 되셨다. 물론 선거에 따른 결과였다. 이 최 회장 덕분으로 출마를 권유드린 우리들은 모두 이사가 되었지만, 최 회장으로서는 회의 회관을 관철동에서 마포로 그리고 현재의 명당로로 이전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회원 연수 등 제도발전에 헌신하셨고, 다른 두 분도 최 회장님처럼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회의 발전을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셨음을 여기에 밝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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