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2025년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
내년 투자기조, 기업 77.8% '기존 설비 유지·보수' 주력
투자활성화 과제, 금융지원 첫손…세제지원 강화 뒤이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어려운 대내외 경제여건에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응답기업의 68.0%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56.6%) 투자계획이 없다(11.4%)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보다 각각 6.9%p, 6.1%p 증가한 것이다.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32.0%로, 지난해보다 13%p 줄었다.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59.0%는 내년 투자계획 규모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특히 ‘감소할 것’이란 응답(28.2%)이 ‘증가’(12.8%)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질문에서 ‘증가’(28.8%)가 ‘감소’(10.2%)보다 많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계획이 없거나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2025년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33.3%) △국내 투자환경 악화(상법 등 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 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등을 지목했다.
한편 전체 응답기업의 77.8%는 내년 자사의 설비투자가 ‘기존 설비를 유지·개보수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극적으로 설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18.9%에 그쳤다.
한경협은 “투자 ‘양적’인 면에서 내년도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기업이 대부분(87.2%)이고, ‘질적’ 측면에서도 소극적인 유지·보수를 택한 기업이 다수(77.8%)”라며 내년도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느끼는 내년 3대 투자 리스크는 △글로벌 경기 둔화(42.9%)이 가장 많았으며 △고환율 및 물가상승 압력(23.0%)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공급망 교란 심화(13.7%)가 뒤를 이었다.
한경협은 “내년도 글로벌 경기가 올해보다 소폭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에 따른 공급불안 등 경제 하방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국내 투자를 저해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설비·R&D투자에 대한 세금·보조금 등 지원 부족(37.4%)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그 외에도 △ESG(상법 등 지배구조, 환경, 사회) 관련 규제(21.3%), △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입지규제, 인허가 지연 등 15.0%)이 주된 애로 요인이라고 밝혔다.
국내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 확대(21.0%)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강화(16.9%) △지배구조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투자가 위기 극복의 열쇠가 돼 왔는데, 최근 기업들은 투자 확대의 동력을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