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도움되는 세무사석박사회로 탈바꿈…세금구조공단 설립"

2025.01.14 13:28:03

[인터뷰]한국세무사석박사회 배정희 회장

 

회원·영세납세자에 심판청구·행정소송 지원…전문성 강화·사회공헌 '두 토끼' 

비거주자 양도세 등 학술연구…재미교포 대상 세금문제 상담창구 마련

비거주자 세무컨설팅 특화로 일거리 창출·교포 세무고충 해소도 추진 

 

 

"이제는 한국세무사석박사회 패러다임을 바꿔야 될 때다. 형식적인 학술연구에서 벗어나 법제, 학술, 홍보 등 회의 업무를 실무와 연결시키고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게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지난해 11월말 취임한 배정희 한국세무사석박사회장은 "독자적이고 경쟁력 있는 학술연구단체로 틀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법제팀을 통해 예규, 판례 분석에 나서고 '세금구조공단'도 꾸려 회원 전문성 강화와 사회공헌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비거주자 양도소득세를 연구하고, 재미교포 등을 대상으로 세금문제 상담창구를 마련해 비거주자 세무컨설팅으로 특화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배 회장을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세무법인 현우 사무실에서 만나 앞으로 2년간 석박사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들어봤다.

 

□세무사 석박사회장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가장 먼저 법제팀을 통해 예규, 판례 분석에 나설 계획이다. 3개월 단위로 대법원 판례 3~5건, 심판결정례 2건 가량 분석해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할 방침이다. 이슈 판례 등을 주제로 하면 훨씬 더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다. 6개월 단위로 불복승소 사례를 공유하고 판례집도 낼 생각이다. 또한 1년에 한 번 정기총회때 우수연구자도 선정해 표창할 계획도 갖고 있다.

 

특히 세금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특성을 살려 법률구조공단과 비슷하게 억울한 세금을 구조할 수 있는 '세금구조공단'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석박사회 내에 나성길·김상술·박종호 법제담당부회장 등 조세심판원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석박사회 조직 이외에 별도조직으로 '학술 연구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학술 연구단 풀을 30명~50명 사이로 구성하고 안건별로 신청받아 엮어주는 형식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굉장히 좋은 취지인 것 같다. 세무사의 사회공헌과도 맞물리는 얘기 같은데 선정방법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1차적으로 처음 시도이기 때문에 이의신청·심사청구를 제외하고 심판청구·행정소송만 대상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 세무서 국선대리인이 있지만, 기장업무도 하고 바쁘다 보니 내 일처럼 끝까지 끌고 가기가 사실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면 나성길·김상술·박종호 부회장 등 (법제담당) 부회장들은 기장 업무를 안하고 심판청구·소송업무만 전문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훨씬 심도 있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석박사회 홈페이지에 신청받고 검토를 통해 선정할 방침이다. 1차적으로는 심판청구·행정소송 등 조세불복에 애로사항이 있는 석박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신청받아 팀을 짜서 지원해 주고, 억울한 세금을 하소연하는 영세사업자 등에도 심판청구·행정소송을 지원해 줄 방침이다.

 

법제팀이 컨트롤 타워가 돼 사안별로 학술연구단 인력 풀, 법제팀, 학술 팀 등에서도 지원팀을 구성할 구상이다. 또한 석박사회에서 낸 판례집을 각 세무서에 보내 납세자보호담당관들과 소통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다른 분야에서의 활동도 궁금하다.

 

"학술연구 분야는 국내와 해외 학술연구로 나눠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국내에서는 현재 석박사 과정에 있는 세무사들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개정필요성을 느끼는 세법 개정 이슈를 발굴해 이를 주제로 학술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국제 분야는 세금 애로사항이 있는 해외 동포들과 석박사 회원들을 매칭시켜 석박사 회원들은 일거리가 생기고 해외 동포들은 애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국내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재미동포, 재캐나다 동포 2세·3세들이 양도·상속에 대해 상담할 데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LA 한인회와 석박사회가 조인을 추진 중이다. 한국어를 못하는 재미교포·재캐나다 2세 3세 교포들을 위해 오동호 홍보담당 부회장에게 홈페이지를 영어로도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한국의 세법도 있지만 미국 세법하고도 관련돼 있다. 따라서 미국 회계사들과 함께 국내 부동산을 갖고 있는 재미교포들이 어떻게 상속세 신고를 할지 등 학술연구에 나서고, 국제 교류도 연계해 추진할 생각이다. 비거주자 양도소득세를 연구하고, 재미교포 등을 대상으로 세금문제 상담창구를 마련해 비거주자 세무컨설팅으로 특화한다는 목표다."

 

□석박사회 홈페이지는 언제 개통 예정인가.

 

"현재 홈페이지 개발에 들어가 6개월을 잡고 있다. 특히 AI를 접목한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우동호 홍보담당부회장이 판례, 예규를 언어로 변환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는데 이를 석박사회 홈페이지에 무료 론칭하기로 했다. 회원 전용으로 법제팀이 분석한 판례 등을 들으며 공부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다.

 

오동호 부회장에 '홈페이지가 석박사회 꽃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실무도 보고 정보도 얻어가는 홈페이지, 회원 스스로 홍보할 수 있는 홈페이지로 만들 예정이다. 예를 들면 상속세 분야를 치면 석박사 회원들의 명단과 학위, 논문을 썼는지 검색되도록 하여 회원 홍보로 이어져야 한다. 지방 활성화도 과제다. 올해 대전지방세무사석박사회를 구성하고 내년 부산, 대구, 광주 등으로 넓혀 갈 생각이다."

 

□이런 사업들을 추진하려면 2년이라는 임기가 굉장히 짧을 것 같다.

 

"그렇게 얘기도 하더라. 그런데 나는 기초만 닦아 놓겠다는 생각이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외동포들의 세금상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또 해외 터전을 상대로 같이 협업하면 업역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이제는 국내에 있는 밥그릇을 갖고 서로 싸우지 말고 다른 업역을 한번 개척해야 한다.

 

거래처 중에 국내 빌딩을 갖고 있는 미국 거주자가 있어 LA 한인회장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LA로 넘어가 실질적으로 토론하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듣고 석박사회 방향과 지원방향을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

 

 

□서로 친밀하게 소통하는 체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안이 있다면.

 

"석박사회는 여태까지는 회장, 총무 등 집행부가 중점이 돼 끌고 가는 조직 체계였다. 그러나 팀별로 같이 소통하면서 결과물을 내면 집행부에서 다시 한번 검토해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바꾸려 한다.

 

이를 위해 8개 부서별로 예산을 배정할 예정이다. 소통의 기회를 부서별로 마련하면 보다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연륜이 있는 회원간의 소통을 위해 고문단도 구성하고 그룹별로 소통을 꾀할 계획이다."

 

□세무사석박사회 나이대가 젊어진 게 느껴진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 세무사의 참여 독려가 과제인데.

 

"젊은 사람들(참여를 독려하려면) 첫 번째로 필요하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이번 법제팀과 국제팀, 홍보팀 강화가 그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석박사회를 통해 홍보와 전문성이 강화된다면 당연히 들어온다. 그 일환으로 명함꽂이, 메모지, 패 등을 증정할 계획이다. 고객들이 자연스레 석박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실 석박사라고 내놓고 싶은데 어떻게 얘기하기가 어렵지 않나."

 

배 회장은 "젊은 세무사들한테 1년간 회비를 안 받거나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세무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석박사회에서 박사학위 패를 주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세무사계에 AI, 디지털 세정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는데.

 

"AI가 들어오면서 세무사들이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AI가 기장은 해줄 수 있지만 판단하는 건 못한다. 단순히 죽은 숫자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숫자로 만드는 것은 세무사만이 할 수 있다. 컨설팅할 때 그간의 문제점을 짚고 내년 사업방향을 제시해 리드해서 끌고 가는 세무사가 돼야 한다. 그래야 기장도 오래 끌고 간다.

 

세무사가 어떻게 하면 이 기업을 키울 수 있나 고민하면 방법이 보인다. 세무사들은 사장과 달리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장들이 못 보는 시야를 틔워주면 세무사 시장은 참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석학 모임 회장으로서 세무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공부하고 연구하는 세무사로 탈바꿈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다 보면 발전이 없다. 특히 세법은 매년 개정된다. 세무사들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되는 직업이다. 그게 오히려 단점이면서 장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고객이 세무사들을 항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배 회장은 "막말로 다른 전문자격사와 달리 세무사들은 배운 걸 1년밖에 못 우려먹는다"며 웃음 지었다.

 

 

 



김유리 기자 kyr@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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