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오늘을 생각하며]금슬(琴瑟)의 의미

2002.06.17 00:00:00

박덕규 서예평론가


부부사이에 정이 돈독할 때 우리는 금슬이 좋은 부부라고 말한다. 이 말의 어원은 시경(詩經)으로부터 비롯된다. 시경 소아(小雅) 상체편에는 한 가족의 아름다운 정경을 노래한 시 한 수가 있다. 이 시의 제칠장을 보면,

`처자식의 좋아하는 모습이 거문고를 치는 것 같고, 형제가 우애하니 화락하고 또 즐거워라'고 표현했다. 금슬을 슬금으로 표기한 것은 시의 운에 따른 것이며 슬은 큰 거문고에 비유한 것일까? 우선 큰 거문고와 작은 거문고의 본래적 차이인, 저음과 고음을 기본으로 해서 여기에 장단 강약 등을 더하면 한 개의 거문고 소리로서는 불가능한 변화무쌍한 삶의 선율을 창출한다.

이 대소(大小) 거문고가 쏟아내는 선율에는 큰 것끼리의 큰소리도 아니며 작은 것끼리의 작은 소리도 아닌, 서로 다른 것들의 하모니(和)이다.

하모니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상대를 수용하는 현상이며, 선(善)의 실현이다. 선(善)자는 양(羊)+입(口)이라는 회의자(會意字)가 자리하고 있다. 즉 양고기가 입맛에 맞아 맛이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입맛에 맞는다는 것은 오미(五味)가 과부족없이 두루 갖춰졌다는 뜻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의 만남, 곧 부부의 금슬 형제의 화합인 선 그것이다.

형제의 우애 또한 하모니와 같은 의미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으리라. 외형이 다르다고 생각이 다르며 성정이 다른 이체(異體)끼리의 화합은 가족 공동체라는 윤리의 범주를 한단계 뛰어넘은 미(美)의 세계에 진입한 것이다. 미는 영원의 행복이라고 말한 영국의 키이츠의 표현대로 형제간의 화합은 즐겁고 또 즐거운 아름다움인 것이다.

처자간의 좋아함이나 형제간의 우애속에 함축된 화(和)사상을 옛사람들은 거문고의 화음에 비유해 모든 인간관계의 조화의 표준을 후세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큰 거문고는 작은 거문고를 안아 품고 또 작은 거문고는 큰 거문고의 품속에 젖어드는 상생의 화(和)가 바로 부부의 금슬이며 가족의 금슬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이 땅엔 왜 사회적 금슬의 노래는 없는 것일까?

같은 것끼리의 모임은 보이지만 다른 것끼리의 화합의 만남은 보이지 않는다. 내 목소리 반과 남의 목소리 반을 섞어 만들어 가는 조화의 합창에 목말라 하는 우리내 현실은 오늘도 사람들의 화음이 아닌 문고의 화음밖에 들리지 않는다.


허광복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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