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남산 제일봉에 올라-(上)

2005.05.30 00:00:00

최상근(대구청)


대구청 등산동호회 주관 산행에 참여하기로 한 11월22일은 토요 휴무일이다. 쉬는 날마다 어디를 가느냐며 핀잔하는 아내에게 가벼운 웃음을 던져놓고 집을 나선다. 등산으로 비롯될 예상되는 얼마간의 뿌듯함이 영하의 날씨와 어우러져 조그만 흥분으로 다가왔다. 거기다가 내일 하루가 또 비어있다는 사실이 한껏 기분을 돋궜다.

매화산(梅花山, 일명 남산 제1봉)이라고 했다. 조사2국장님과 납세지원국장님을 비롯한 45명의 동호회원들을 태운 버스가 정확하게 9시에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차에 타면 졸아버리는 평소 습관대로 조그만 졸음을 청하며 느긋해 있는데 난데없이 어제 퇴근 무렵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조사를 왜 그렇게 원수갚듯 하는 식으로 하느냐며 항의하는 전화였다. 하필 그 생각이 지금 떠오를까. 솔깃하던 졸음이 확 달아났다.(뭣이라고. 그럼 이×아 네 기분 맞춰가며 해야 하나?) 한껏 품위를 유지하며 간단하게 자초지종을 주고받다가 기어이 음성이 커지고 말았었다.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산행의 목적일텐데 거꾸로 잊어야 할 스트레스를 구태여 찾아내는 꼴이었다. 달아난 졸음이 더는 오지 않았다.

이런 저런 잡념에 쓸데없는 생각 몇개 더하다 보니 어느새 버스는 출발지점에 도착했다. 재작년 이맘때였던가. 혼자 올라가 본 적이 있다. 호텔 접어드는 길로 해서 해인사 입구 청량사로 돌아나왔었는데 오늘은 예전에 했던 방향과 반대로 가고 있었다. 낯선 산이 아닐뿐만 아니라 잡념에 너무 빠진 탓인지 별 감동없이 무덤덤하게 앞만 보고 갔다. 그저 그런 풍경과 으례 있어야 할 나무들이 있고 화창한 영하의 날씨와 맑은 하늘이 있었지만 더이상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해발 1천10미터의 남산 제1봉을 향해 1시간여를 오르니 능선이 나타났다.

순간 맨 먼저 맞은 편 가야산 정경이 한눈에 빨려들듯 들어왔다.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잠시 멍해져 있는 사이 가벼운 탄식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왔다. 이윽고 남산 제1봉을 올라가면서 부닥치는 바위끼리의 어우러짐에 다시 한번 탄성을 질렀다. 주위 경관이 배경을 더하고 보니 마침내 그 기막힌 조화앞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그 절묘함과 형용할 수 없는 느낌까지 카메라에 담아야겠다는 욕심이 발을 묶는다. 가로 세로로 렌즈를 들이대며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셔터를 눌렀지만 그때마다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저 속으로 스며들어 자연의 일 점이 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자연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누군들 선인(仙人)이 되지 않으리.


김현호 기자 hyun@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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