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딴죽거리>- 길에 대하여

2005.07.11 00:00:00


4월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꽃세상은 가고 우듬지마다 새순으로 단장했습니다. 이제 온 세상을 푸르게 푸르게 덫칠할 모양입니다.

통영 오는 길에 보니 들판마다 자운영꽃잎 바람에  흐드러졌습니다. 곧 삐비꽃도 꽃대를 슬며시 올릴 것입니다.

유년의 시절 자운영꽃 피는 들판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면 왜 이다지 하늘은 가깝게 다가서는지 낮아져야 하늘이 가깝게 보인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채송화 금잔디가 왜 그렇게 낮게 사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지랑이를 물고 하늘을 날던 종달새도 다시 그리워지는 봄입니다.

그 옛날 신작로 길은 지금은 아스팔트로 포장돼 버렸지만 하루에 서너번씩, 읍내가는 버스를 타고 떠나는 형, 누나들이 부러워 먼지 날리는 그 버스 뒤를 몇번이나 뒤쫓았는지 모릅니다.

그리움으로 때로는 서러움있는 그 옛 고향 신작로 길을 다시 걸어보고 싶습니다. 아니 이제는 영원히 걸을 수 없는 길이지만 말입니다.

"상처입지 않은 사람은 먼길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상처입고 먼길을 떠난 사람은 상처가 오히려 힘이 된다 했습니다.

결국 세상길이란 길은 모두 끝이 있지요.

끝이 없는 길은 없습니다.

저는 날마다 왕복 50㎞의 거리를 출·퇴근합니다.

운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몇번을 두고 고민하다 결정을 내렸습니다만, 요즘 생각하면 참 결정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아침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보며 출·퇴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평생 먹어야 할 것이라는 약도 끊었습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참 다행입니다.

그런데 출·퇴근하는 14번 국도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길이가 25㎞되는데 신호등이 하나도 없습니다.

반대쪽인 고성가는 길은 15㎞인데도 신호등이 무려 22군데나 되는데 말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말이지만 거제 출신의 전 최고권력자 아들이 모처럼 고향을 가는데 실감이 나지 않아 신호들을 없애고 터널로 만들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참 좋습니다.

그렇고 보면 권력이란 참 좋은 것인지, 아니면 대단한 것인지 저는 가져보지 않아 모르지만, 그래서 모두 출세를 하려 하고 그 것을 손에 쥐려고 편을 가르고 줄서기를 하고 그 아우성인지 모릅니다.

결국 우리는 죽으면서 햇살 한줌 손에 쥐고 갈 수 없으면서 말입니다.

한주 사이에 세상은 지금의 세상처럼 너무 빠르게 변해 갑니다.

그래도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먼 길을 떠납니다.

상처를 받아 또 그 상처를 씻기 위해서 <통영에서>


김영기 기자 ykk95@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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