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점심
한 주일에 겨우 한번
아버지와 마주하는 밥상
아직도 자식을 보면 식욕이 돋으시는지
고봉밥 한 그릇 비우시네
보리밥 한 톨만 흘려도
불벼락을 내리시던 당신
밥알과 국물을 거푸 떨구시네
속울음 같은, 얼룩
슬며시 휴지로 감싸 숨기시는 어머니
세월의 문고리
꺾고 젖히고 밀고 당기다
짜글짜글 주름진
손
넓은 잎 큰 그늘을 보고도
이젠 후박하단 말 차마 못하겠네
나도 몇 점 얼룩 흘려놓을까 생각다가
괜스레 코끝이 시큰거리네.
권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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