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합격수기] 5개월 반의 여로 - 上

2000.10.23 00:00:00

"명퇴후 나만의 일 설계 의욕`눈높이' 강사·책 선택 중요"

전직 국세공무원으로 국세경력 23년차인 Y某씨가 시험준비 5개월 반만에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 서울지역 학원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 1차시험 및 2차시험의 일부가 면제돼 회계과목만을 준비해 왔던 그의 합격에 대해 말들이 많다. 반면 특이했던 그의 공부방법과 시험준비 전략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비실명을 전제로 투고한 그의 합격수기를 연재한다.

지난 '99.12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23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내고 명예퇴직을 하던 날 마음은 홀가분했다. 애들도 어느 정도 크고 이젠 뭔가 나만의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며칠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전혀 생소한 사업을 하기에는 너무 불안했고 나 자신도 위험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동안의 경험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세무사 시험을 보기로 결정했다.

2000.1.1 전날의 과음으로 인해 쓰린 속을 달래가며 친구에게 학원과 책을 소개받았다. 회계학 세 과목만 하면 된다고 해서 `이까짓 책 세 권 못 외우겠어'하는 약간의 자만심으로 학원을 선택했다.

친구의 소개로 종로에 위치한 某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재무회계 원가회계 세무회계 강의를 동시에 수강신청했다. 이때부터 5개월 반동안 학원과 집 그리고 독서실을 오가는 단순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오래전에 취득한 국세청 부기 2급과 조사요원 자격증도 있었지만 막상 공부를 하고 보니 모르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추천하는 공부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에게 맞는 강사와 책의 선택이다. 이것이 시험합격에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보는 책과 강사가 아니라 대부분 실력과 내용이 비슷하니 자기가 판단해서 이해하기 쉽고 편한 책과 재미있는 강사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우선 시험공부 자체가 외롭고 힘들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저녁식사후 피곤한 몸으로 세 시간 반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재미없는 강의를 듣다보면 짜증도 나고 그러다보면 졸기 시작한다. 강의중 거의 절반을 비몽사몽간에 졸았던 적도 있었다. 졸고나서 집으로 갈 때면 정말 한심하고 집사람 볼 낯도 없었다. 들으면 재미있고 즐거운 강사와 책의 선택이 시험합격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재무회계의 경우 李某 회계사를 택했다. 수강생이 너무 적어서 다소 불안했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이런 한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실력은 학생이 없는 것이지 가르치는 선생은 실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 수강생이 적을까 내심 궁금해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목소리가 너무 톤이 낮고 작아서 지루하고 잠이 온다고 했다. 오직 목소리에만 집중하다 보니 수업후 머리가 띵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문제위주가 아닌 이론을 주로 공부하다 보니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궁금한 것은 수업후 귀찮을 정도로 집요하게 질문을 했다. 내 성격이 대충대충 넘어가지 못하고 끝까지 파고들어 답을 구하는 성격이라 2개월 강의후 거의 3월까지 미안할 정도로 물어봤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모의답안지에다 한번씩 닥치는대로 적어도 봤다. 한심했다. 이런 실력으로 어떻게 3~5년 공부한 사람들보다 먼저 합격할 수 있을까. 암담하기만 했다. 30점 다 맞는 것은 불가능하고 절반만 맞기로 작정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김종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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